매거진 엄마와 나

23화. 아티맘 이야기 ④

정하니 배우&연극연출가

by 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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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아티맘 이야기 ④


정하니 배우&연극연출가


정하니 연출님은 정말 바쁘다. 본업으로도 바쁘시지만 항상 뭔가를 배우고 기획하며 끊임없이 성장을 도모한다. 그리고 뭔가를 시작하면 정말 진심을 다한다. 작년에 뵀을 때 성악 레슨을 받기 시작하셨다고 들었는데, 얼마 전에 공연까지 하셨다고 하고, 이번에 인터뷰를 위해 만났을 때는 연극 제작으로 바쁘시면서도 미술을 한번 배워볼까 생각 중이라고 하셨다.


연출님의 딸 윤서도 시원이와 비슷한 또래로 한창 손이 많이 갈 때인데도 불구하고 어쩜 그렇게 활발하게 활동하시는지 에너지가 정말 대단하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을 헐떡이고, 조금만 피곤해도 감기에 걸리는 나와는 달리 언제나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으로 도전하는 모습이 멋진 분이다.



Q. 저 처음 만났을 때 기억하세요?


네, 기억하죠. 그때 ‘예술로’ 사업에서 리더를 맡았을 때, 사전에 PPT 자료를 보고 한번 작업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같은 팀이 돼서 좋았고.

또 현미 쌤을 만났는데 같은 육아 맘이라는 공통분모도 있고, 너무 선하시고, 영화 안 할 것같이 생겼는데 영화를 하고 계시고, 그런 게 되게 재밌더라고요.



Q. 영화 안 하게 생겼다고요? 하하. 그러면 영화 하게 생긴 사람들은 어떻게 생겼나요?


A. 와일드하거나 남성적이거나? 저는 연극·영화과를 나왔는데, 영화과 언니 오빠들을 보면 막 쇼트커트 아니면 진짜 개성 있는 스타일의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현미 쌤은 너무 육아 맘 그 자체? 그래서 ‘저분이 영화를 하신다고?’ 처음에 반신반의 그런 거 있었죠. 그래서 좀 놀랐어요.



Q. 너무 웃긴데요. 옛날이야기 하는 김에, 하나 궁금한 게 있어요. 예술로 활동할 때도 그렇고 제가 시원이를 좀 많이 데리고 다녔잖아요. 그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궁금해요.


A. 저는 그게 너무 좋았고, 현미 쌤 보면서 본받았어요. 사실 엄마가 일하고 있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는 건 되게 멋진 일이잖아요. 앞으로는 예술 업계에서든 일반 회사에서든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엄마를 향해 눈살 찌푸리는 사람 없이 허용적인 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수업에 한 번씩 딸을 데리고 가거나 가끔 이벤트가 있는 날엔 일부러 윤서와 함께 가서 엄마가 일하는 모습, 뭔가를 배우는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어요.



Q. 딸 윤서와 함께 했던 이야기를 좀 더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A. 성악 레슨 받으러 갈 때나 성악 발표회 때도 윤서를 데려갔고, 얼마 전에 연극 <필로우맨> 연습을 같이 갔었어요. 근데 이건 좀 폭력적인 내용이라서 연습실 안까지 데려가진 않았어요. 교육극은 많이 보여줬지만.

그리고 또 밀양에서 연극을 발표했을 때는 딸이 관객으로서 함께 참여했는데, 이제는 윤서가 인지를 좀 하는 것 같아요. ‘여기는 엄마가 일하는 곳이고, 조금만 있으면 엄마가 올 거야’라는 걸요.



Q. 연출님은 원래 서울에서 활동을 하셨었잖아요. 대구로 오신 계기와 또 임신과 출산, 육아가 활동에 미친 영향들도 궁금해요.


결혼 바로 직전까지 서울 대학로에서 공연하다가 결혼을 하면서 대구로 내려왔어요. 일단 처음에는 대구 문화예술의 흐름부터 파악하고 대구엔 어떤 극단들이 있고 어떤 연출가와 작업할 수 있는지 찾아봤어요. 그런데 그때 임신을 하게 됐죠.


처음에는 되게 무서웠던 것 같아요. ‘이제 이 일을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 ‘예쁜 여자 주인공 같은 역할은 내가 해내지 못할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하나의 공연을 만들어 갈 땐 정말 모든 것을 올인해야 되거든요. 배우는 내 취미생활, 내가 먹고 싶은 거, 내가 가고 싶은 곳, 이런 것들이 절제되고 오롯이 한 작품에만 24시간 내내 집중해야 되는 전문직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출산 기간 동안엔 연출을 맡거나 배우로서 무대에 서기보다는 예술 교육 쪽이나 기획 쪽을 더 선호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직까지 대한민국 공연 제작 현실상 임신, 출산, 육아의 과정을 거치며 연출가나 배우를 하기는 정말 힘드니까요.



Q. 지금은 굉장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신데요.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해요.


변화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결혼 전에는 예술가로서 개인으로서 살았지만, 결혼 후에는 예술가이자 한 가정의 엄마 역할을 해야 한다는 중압감과 압박감을 느꼈는데,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마인드를 바꿔야 하는 시점이었던 것 같아요.


근데 그걸 받아들이기까지는 시간이 걸렸지만, 주위에 김조은 작가님이라든가 현미 쌤이라든가 이렇게 육아와 예술가의 삶을 같이 하는 분들을 보면서 ‘일을 하면서 잘 지켜낼 수 있겠다’라는 어떠한 자극과 영감을 받았던 것 같아요. ‘내가 더 도약을 해도 되겠구나’ 하고요.


또 저희 동기들 중에선 육아를 하면서 지역의 문화 콘텐츠를 계속 발굴하는 친구들, 출산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배우로 활동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기획 일 하는 친구는 집에서 노트북 하나로 그 일을 계속하고 있고요. 그런 걸 보면서 ‘육아랑 일을 함께 병행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근데 너무 힘들어요. 정말 화장실 갈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거든요. 근데 분명 세월이 지나고 보면 이런 하루하루가 의미 있었다고 느낄 것 같아요.



Q. 육아와 예술을 병행해서 바쁘다 보니 아이에게 미안한 점도 많이 생기잖아요. 하지만 반대로 좋은 점도 많다고 생각하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아이에게 엄마가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스스로 인지력이 발달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져요. 엄마를 통해 사회를 배우고 엄마를 통해 다양한 자극을 받는 것 같아요.


그리고 예술가 엄마들은 1에서 10까지 정석적으로 가지 않고, 좀 흐트러지게 가는 대신 다양한 컬러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부족한 부분도 있겠지만, 틀에 박혀 있지 않은 시각과 상상력으로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것?


아무래도 저희는 콘텐츠를 창작하는 일을 업으로 삼다 보니 아이들의 사고를 열어주는 질문을 하거나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좀 더 자유로운 마인드가 나타나지 않나 싶어요.



Q. 혹시 육아와 예술을 병행하는 엄마의 입장에서 닮고 싶은 캐릭터나 어떤 롤 모델 같은 것들이 있으신가요? 되고 싶은 모습이 있으신지 궁금해요.


A. 한강 작가님이나 해리 포터를 쓴 J. K. 롤링 작가가 떠올라요. 두 분 다 육아 맘이잖아요. 육아를 하면서 문학 작품을 쓴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작품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노벨상을 받은 거잖아요.

그리고 박진영이요. 제작자이면서 동시에 무대 위의 플레이어로까지 활동을 하는 게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저도 두 가지 이상의 일을 균형 있게 잘 해내고 싶어요.



사실 나도 어디 가면 ‘행동파’라는 소리를 많이 듣는데, 하니 연출님께는 정말 명함도 못 내밀겠다. 며칠 전에도 전화를 드렸더니 주말마다 서울에서 연극 연습을 하게 됐다며 딸 윤서와 함께 기차를 타고 올라가고 계신단다. 하니 연출님의 대단한 부분은 바로 이것이다. 모든 배움은 연극을 위한 것이며, 연극을 하기 위해 모든 열정을 불태운다. 최근 3년간 엄마로서, 영화인으로서, 배리어프리 활동가로서 영역을 넓히고 성장을 도모하기는 했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영화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위기에 처한 나와는 다르다. 자신의 영역에 집중하는 모습이 정말 멋지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소설의 저작권을 해결해 가며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과 연기에 대한 공부를 끊임없이 해나가시는 하니 연출님의 행보는 안이해진 나의 마음에 다시금 채찍질을 한다.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영화 제작 지원사업 공모에 시나리오를 제출했다. 나도 하니 연출님을 본받아 영화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좋은 작품을 만드는 연출가가 돼야지.




글. 김현미

교정. 교열. 윤문. 김지현 rlawlgus272@naver.com


본 콘텐츠는 (재)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 2024년 대구 특화 출판산업 육성지원 사업에 선정·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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