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엄마와 나

24화. 아티맘 이야기 ⑤

손명남 작곡가

by 명선


24화. 아티맘 이야기 ⑤


손명남 작곡가


2021년 <아티맘 프로젝트>를 했을 당시 열었던 그림책 힐링 테라피에서 참여자들과 소감을 나누다가, 참여자 중 한 분이었던 손명남 작곡가 님의 팬이 되었다. 작곡가 님은 딸과 함께 <초코와 루시>라는 팀으로 활동하며 노래를 만들고 공연도 하는 멋진 분이다. 강의가 끝나자마자 바로 작곡가 님의 인스타그램을 찾아 팔로우하고 조용한 팬으로 무려 3년 동안 작곡가 님의 활동을 지켜보며 마음속으로 응원을 보냈다. 공연 소식이 올라올 때마다 가보고 싶다는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시원이를 데리고 혼자 강릉까지 4시간가량 운전을 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엄마 예술인들의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를 적는데 작곡가 님을 안 뵙고는 좋은 글을 쓸 수가 없겠단 마음이 들어서 용기를 내어 DM을 보냈다. 걱정과는 달리 작곡가 님은 너무나 흔쾌히 좋다는 대답을 보내주셨고, 친언니를 섭외해서 주말 강릉 나들이를 계획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우리의 만남은 서울에서 이뤄졌다.



Q. 드디어 뵙게 되네요, 작곡가 님. 그런데 서울에서 뵙게 될 줄은 몰랐어요~

강릉에서 활동하고 계신데, 오늘 공연은 어떻게 서울에서 하게 되신 거예요?


A. 저도 정말 뵙고 싶었어요. 저도 오늘 서울에서 공연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곳 <플랫폼 달>의 대표님과 인연이 닿아서 오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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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공간 ‘플랫폼:달’은 뜨거워지는 지구를 고민하며, 생태적 대안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인간과 비인간 모든 존재와 다정한 관계를 맺고자 하는 환대의 공간입니다.



Q. 처음 온라인으로 뵀을 때, 따님과 함께 예술 활동을 하고 계신 것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었는데요. 함께 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A. 저는 아이를 낳고, 딸이 7살이 될 때까지 작업을 못 했어요. 특히나 아이가 4살 때부터 6살까지는 부모들이 직접 운영을 하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보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육아에 완전히 올인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아이가 7살이 되면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할 거다’ 하고 선언을 했어요.

하지만 경력 단절이 오래되다 보니까 저를 불러주는 공연이 없었어요.


누군가가 무엇을 하고 싶다고 할 때, 그 일을 응원하고 지지해 주는 사람이 있어야 힘이 나고 계속 도전을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주위에 그런 사람이 없다 보니까 제가 <무엇이든>이라는 단체를 직접 만들었어요.

해녀와 관련된 <지누아리> 프로젝트를 하면서 음악을 만들고 공연을 하기 시작했는데, 매번 보컬을 따로 부르기 어려운 거예요. 그래서 함께 다니던 딸이 한 번 두 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주변에서 팀을 만들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팀 <초코와 루시>가 탄생했어요. 제가 초코, 딸이 루시입니다. 작년부터 팀을 만들어 활동하기 시작했는데 지금 사실 해체 위기예요. 딸애가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서 사춘기와 함께 반항이 시작됐거든요. 올해까지만 하고 내년에는 해체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웃음)



Q. 지금까지 다른 분들과는 육아와 예술을 병행하는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었는데요. 작곡가 님께서는 육아와 예술 활동을 병합했다고 보는 게 더 맞는 것 같아요. 이러한 활동들이 작곡가 님과 아이에게 어떤 영향들을 주었는지 궁금해요.


A. 저는 기본적으로 환경, 여성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육아를 하면서 정말 힘들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사랑이 변화를 만든다’는 것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많은 여성들이 돌봄의 주체가 되거나 주변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잖아요. 전 딸에게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딸에게 엄마의 선택을 존중하고 지지해 달라고 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앞으로 딸이 살아갈 세상에서 루시 또한 자신의 선택을 존중받고 지지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사랑으로 만드는 변화죠.


또 그간의 활동을 통해서 아이가 예술적 환경으로부터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었어요. 어른들이 루시를 아이라고 무시하지 않고, 한 명의 예술인으로서 존중해 주는 분위기를 경험한 것이나 저와 같이 작업을 하면서 서로 예술적인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 그리고 서로의 작업을 존중하는 부분들이 아이의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Q. 이제 공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마지막으로 후배 엄마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A. 저는 아이와 무언가를 같이 하는 게 굉장히 좋았어요. 그렇게 하면 저도 아이와의 특별한 추억을 갖게 되고, 아이도 그런 기억을 생각보다 오래 간직하고 있더라고요. 분리하기보다는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소중한 기억을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작곡가님과의 만남은 육아·예술 병행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져다주었다. 나는 처음에 육아는 작업을 힘들게 하는 제약으로, 임신은 작업을 못 하게 하는 장애로 여기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서는 이러한 경험들이 여성 예술가에게 있어 소중한 자산이 되며 예술의 영역을 확장시켜 주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병행’이라는 단어를 쓴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도 모르게 육아와 예술의 경계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작곡가님은 그러한 경계 없이 물 흐르듯 유연하게 음악을 통해 육아와 예술, 그밖에 다양한 활동들을 하나로 만들고 계셨다. 사랑의 마음으로 경계를 허물고, 변화를 만들어가는 작곡가님의 태도가 날이 서 있던 내 마음을 둥글게 만들었다. 강한 바람보다는 따뜻한 햇살이 나그네의 옷을 벗겼듯, 다수의 날 선 외침보다 한 사람의 따뜻한 말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역사는 계속 되풀이된다. 지금껏 써 내려 온 지구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다. 지금부터 우리가 사랑의 역사를 써내려 간다면, 이 또한 반복될 것이다. 앞으로 예술 하는 엄마들과 이들이 살아갈 세상의 변화 또한 투쟁이 아닌 사랑을 통해 구축해 나간다면 아픔을 치유하는 사랑의 예술로써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손명남 작곡가님 인스타그램

@son_mnam



글. 김현미

교정. 교열. 윤문. 김지현 rlawlgus272@naver.com


본 콘텐츠는 (재)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 2024년 대구 특화 출판산업 육성지원 사업에 선정·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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