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세요. 친구가 위험에 빠진 거 같아요. ]
모두가 곤히 잠든 새벽시간 문자로 접수된 112 신고에는 급박함이 절절했다. 요구조자에게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았고 느낌이 좋지 않아, 서둘러 문자를 보냈다.
‘경찰관입니다.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면 문자로 아무거나 보내주세요.’
그러나 역시 답이 없었고, 끈질긴 전화 끝에 드디어 연결됐다.
‘바로 가겠습니다!’
급습한 현장은 아수라장이었으나, 현명한 선배경찰관의 진두지휘 아래 빠른 시간 내 위험한 상황에서 피해자를 구조할 수 있었다.
사건을 마무리한 시간은 어느덧 새벽 5시 30분, 잠시도 눈을 붙일 수 없던 그날 묘한 희열이 있었으나, 그 기운은 생각지 못한 서류로 우리 앞에 놓였다.
‘민원이 접수되었습니다. 답변서를 제출해 주세요.’
아침 퇴근길,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 앞 무인편의점을 들렸다. 숏다리와 브이콘을 서둘러 계산하고 그 자리에서 뜯었다. 숏다리를 뜯어 오른쪽 어금니에 밀어 넣었다.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던 그 무언가가 툭하고 끊기는 순간, 가슴 언저리에 막혀있던 숨이 뚫리듯 쉬어졌다.
24시간 올나이트를 한 그날, 괜한 서운함으로 가득 찬 머리는 속상함을 누그러트릴 대체물을 강력하게 요구했고 그렇게 본능에 이끌려 밀어 넣은 것은 딱딱하고 오묘한 향을 풍기는 간식이었다.
화가 좀 풀렸는지 달콤함을 슬쩍 내보인 브이콘은 오도독거리며 입안에서 잘게 부서졌다. 그날의 서운함이, 집 앞 벤치에 앉아 씹던 그것들에 의해 잘게 부서졌다.
복직 첫날 억울하게 경위서를 작성했던 난, 몇 주 지나지 않아 처음으로 민원을 맞았다. 첫 민원은 이미 악성민원인으로 유명한 사람이었기에, 그렇게 타격감 없이 지나갔으나 이번 민원은 당황스러움과 서운함에 할 말을 잃었다.
최선을 다한 그날의 신고가 서슬 푸른 백지로 되돌아온 이유를 신고자에게 되묻고 싶었다.
‘당신에게 난 어떠한 이유로 빌런이었습니까?’
"팀장님! 화나요! 우리 최선을 다했잖아요."
"같은 현장이 없는 것처럼, 다양한 사람이 있지. 속상해하지 마. 그리고 법과 절차대로 일을 수행하는 것은 기본이고, 현장경찰관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민원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민원이 두려워 일처리를 규정대로 하지 않으면 더 중요한 것을 잃을 수 있어."
"명심하겠습니다!"
딱딱했던 서운한 감정으로 마음 이곳저곳이 아팠다.
그리고, 의욕만 앞선 후배 경찰관을 옆에서 지켜보던 선배경찰관의 짙은 진심에 마음이 몽글몽글 흐드러졌다.
모양만 10년 차 경찰관인 난, 아직도 배울 것이 넘친다.
‘당신의 민원을 두려워하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