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어느 날, 돈에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그 후로 굉장히 피. 곤. 해. 졌. 다.
그는 원래 그러지 않았다.
“여보, 우리 옆 동네 22평 아파트가 2억이면 산대. 우리 전세 빼서 매매할까?”
“공무원 아파트 6년 살 수 있는데, 굳이.”
“그렇지?”
부부 공무원인 우린, 재테크 따위에 관심이 없었다. 저렴한 전세가로 신혼집에 들어왔고, 매월 20일이면 한치에 오차도 없이 급여가 들어왔으며, 심지어 퇴직 후 연금이란 소중한 자산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우리 부부는 사치도 없다. 유일한 사치라면 잦은 치킨 오더 정도, 아이들이 커가며 그 메뉴가 피자로 옮겨갔을 뿐이라는 사실 정도다.
아, 하나 더. 여행. 가능하면 여행을 자주 다니려 한다. 핫도그만 먹고 돌아오더라도 매주 근교로 나가는 것은 물론이고 주기적으로 여행을 떠난다.
이것이 우리 부부의 유일한 재테크, 적금의 이유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변하기 시작했다.
가계부를 들여다보고 '카드 재테크‘를 하겠다며 바꾸더니, 태클을 걸기 시작했다.
“온라인 쇼핑몰은 여보 카드로 쓰고, 현장 결제는 내 거로 써. 그리고 나머지는 체크카드로 쓰고.”
“피곤한데?”
“여보 카드로 포인트를 쌓고 내 카드는 할인받아서, 모은 포인트로 연말에 여행 가자.”
“아. 피곤하네.”
포인트 여행의 참 맛 아이들을 돌보기도 바쁜 와중에 숙제까지 내준 남편에게 답답함을 느꼈다. 그렇게 그가 여전히 핸드폰으로 재테크를 알아볼 때, 난 여전히 저녁식사 준비로 끙끙거렸다.
비걱거리는 식탁에 둘러앉은 그때, 남편은 나에게 결정타를 날렸다.
“여보 미장 해볼래?”
“나 직업 있거든! 미쳤나 봐.”
아무리 그래도 뻔히 직장이 있는 나에게 미장을 권하는 남편에게 매서운 눈초리를 날릴 수밖에 없었다. 경찰 그만두고 미장을 하라는 거냐고 반문하던 나에게, 남편은 아니 그 미장 말고, ‘미국주식’이라며 박장대소를 쏟아냈다.
“미장? 그게 뭐지?”
얼마 지나지 않은 깜깜한 새벽, 빨갛게 파랗게 오르내리는 그 녀석을 처음 만났다.
‘지지선, 저항선, 일차트, 주차트... 에라 모르겠다. 일단 하나 사자.’
코로나로 주식이 바닥 치던 그때, 겁 없는 주린이는 한주에 살포시 손을 댔다. 신기한 것은 사기 시작하니, 길쭉한 파란 기둥이 아래로, 더 아래로 향했다는 것이다.
‘괜찮아. 난 장투(장기투자) 할 거니깐.’
애써 다독였지만, 이상하게 새벽 3시면 어김없이 눈이 떠졌다는 사실이다.
‘파란 기둥에 나는 놀라지 않는다. 나는 놀라지 않는다.’
미국주식은 나의 생활패턴과 맞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욕심이 났다. 우리 투자엔 이유가 있었으니깐.
부모가 없을 자식의 삶에 대한 고찰은, 누구나 묵직하다.
그런데 장애부모인 우린, 먹먹함이 다소 깊다.
아이가 어릴 적에, 발달을 끌어올릴 수 있는 모든 것에 몰입했다. 그중 가장 좋은 것은 여행이라 생각했기에 적금을 야금야금 털며 ‘경험’에 집중했다. 그리고 이젠 미래를 조금씩 생각하기 시작했다.
분명, 시후는 스스로 경제활동을 할 것이다.
물론, 제약도 따를 것이다.
그러기에 부모의 노파심이 발동한다.
“여보는 왜 돈을 많이 벌고 싶어?”
“우리 시후 다 주려고.”
아들을 다 주기 위해, 돈을 벌어야겠다는 그의 말에, 오늘도 새벽녘에 살며시 눈을 떠 한 주를 산다.
분명 일억 천금의 부자는 될 수 없다.
그러나 한 주를 산 오늘, 잠시 아이의 윤택한 안정을 꿈꿀 수 있어 설렌다.
이것이 내가 주식을 하는 이유다.
[ epilogue : 남편과 대화 ]
“여보. 내가 여보 꿈 이뤄줄게.”
“대박. 부자 되는 거 아니야?”
“근데, 이거 매도 어떻게 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