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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민 Dec 24. 2022

2화. 경찰 엄마

경찰엄마라, 참 좋은 오늘


‘젊은 경찰관이여, 조국은 그대를 믿노라.’    

 

칼 주름 잡힌 근무복을 입고 지역주민과 회의를 주재하던 때도,
집회현장에서 갑자기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진 시민에게 CPR을 했던 기억도,
가정폭력 신고현장에 들어서 흉기부터 나의 안전거리 내로 이동조치 시켰던 일도.


이미 내 머릿속에서 잊은 지 오래다.


나는 6년 차, 경찰의 탈을 쓴 주부다.


  



어느 날, 나의 직업 상기다.


“어머니, 혹시 재능기부 해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감사하죠. 할게요.”

그리고 아와, 고민에 파묻혔다.


그동안 시후 친구들에게 고마움이 컸다. 

시후를 좋아하는 친구들도 많았고

옆에서 시후를 챙겨주 친구도 적지 않았다. 

다만, 이 녀석이 자신의 바우더리가 강해 아쉽게도 밀어냈었다.     


예전에 선생님께 물었던 적이 있다.

“선생님 친구들은 시후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꽤 오랜 시간 고민하고 물었던 질문이다.

“친구들은 시후가 다르다고 생각지 않아요.

다만 도움이 필요한 친구라고 생각하죠.”


다름을 이상함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함에 마음이 저릿했다.

어릴 적 통합교육은, 시선의 변화에 시작점이 된다.


그래서 재능기부 시간에 충실히 채워주고 싶었다.   

감사함을 표할 길은 뿐이었다.  



시후에게 물었다.

"엄마가 경찰변신해서 유치원 가도 돼?"

"네."




그날이 다.

상의를 걸쳤을 때,

어깨부터 허리까지 기분 좋은 긴장감이 감돈다.

날씬할 때 입은 하의에 출산 후 늘어아랫배를 밀어 넣는다. 힘이 들어간다.

그리고 양손에 경찰 장비를 한 아름 안고

교실 문을 다. 시후와 눈이 마주친다.

그리고 반짝이는 눈빛으로 나를 향해 말한다.

“엄마, 태블릿 주세요.”

“조용히 해.”

내가 교실에서 뱉은 첫마디다.


어색한 웃음으로 분위기를 전환시키고 친구들 앞에 선다. 여자경찰관이 신기한 듯 바라본다.

아이들 초롱초롱한 눈빛 전율이 느껴진다.

에너지를 한 몸에 받는 이 순간,

난 지금 너무 행복하다.


이쁘게 앉아 있는 아이가 있다. 의 사랑, 시후다.

없어야 할 곳에 엄마가 있어서였을까, 익숙한 트레이닝복이 아닌 낯선 옷을 입고 있어서였을까.

나누는 이야기에 집중하고 진한 눈빛을 보낸다. 다수의 친구들 사이에 섞여,

너와 내가 주고받는 이 시간이 뭉클하다.

아, 오기 잘했다.


지금 이 시간 시후가 느끼는 감정과 경찰엄마에게 갖는 궁금증은 묻지 않았으나,

나의 이야기를 묵직이 앉아 듣는 것 자체만으로 나에게 큰 행복이었다.     


 친구들의 궁금증이 쏟아져 나온다.

고차원적 질문에서부터 상상도 못 한 질문지.

특히, 시후네 자동차는 경찰차냐는 질문이 매우 신선했었다.



내가 경찰이라,

내가 시후엄마라,

참 좋은 오늘이었다.     


그렇게 친구들과 아쉬운 마무리를 하고 나왔다.


그리고 건네받은 BTS가 그려진 커피음료.

이젠 어느 회사 제품인지 이름은 기억 안 나지만

그 달콤함은 오랫동안 잊지 못했다.

BTS가 뭐냐고 물어 혼쭐났던 기동대 생활도 잠시 상기됐었다. 웃픈 기억이다, bts.  

   



오늘의 시후가 궁금했다.

그래서 오늘도 한 자 한 자 적는다.

"엄마 유치원 간 거 어땠는지 일기 써볼까?"

  


충격이다. 오지 말란다.

친구들과 이야기 나눈 엄마에게 샘이 난 걸까,

아님, 13시 30분 칼하원을 못 지켜서였을까.

오늘도 너와 난 동상이몽이었구나.  


"엄마 유치원 가서 싫었어?"
"네."
"왜?"
"(짜증 섞인 말투로) 그냥 시러요."


나를 보며 항상 웃어만 주던 네,

오늘 보여준 질투 섞인 새초롬한 모습에

눈을 뗄 수가 없구나.       

넌 참 사랑스럽.


사진출처(제목) _ 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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