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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민 Dec 29. 2022

3화. 엄마가 아파요

아스트라제네카의 배려

코로나 팬데믹보다 아찔했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코로나바이러스 19가 우리와 함께 한지도 벌써 3년이란 시간이 지나다.


딩동. 어느 날 메시지를 받는다.

'당신은 우선 접종 권장 대상자입니다.'

그것도 아스트라제네카.     

아무 생각 없었다.

맞으라 하니, 다들 맞는다 하니,

마스크도 벗고 싶고.

그런데, 이왕이면 화이자를 맞고 싶었다.

그러나 나에게 주어지진 않았다.





무성한 소문이 가득한 아스트라제네카,

너를 조금 우습게 봤다.

‘아파봤자, 얼마나 아프겠어.’     

3년 유치원 등원을 하며, 못 씻고 등원한 날이 그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꾀제재한 모습의 회색빛 낯을 안고 등원시켰다.

“어머니, 얼굴이 너무 안 좋아 보여요.”
“네, 많이 안 좋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에게 호되게 혼났다.     

도저히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남편에게 sos를 청하고 드러누웠다.

아무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이 나지 않았던 나의 기억은 정답이었다.

시후 일기에 보니, 잤었다.

하루종일 쫓아다니며 갈구하던 엄마가

침대와 한 몸이 되어 누워있는 모습에,

자기 딴에 걱정이 앞섰나 보다.

아귀에 없는 힘을 모아 열심히 주물렀던 모양인데 기억나지 않는 그 소중한 순간이 아쉽다.  

   

타이레놀에 입어, 정신이 들었다.

온몸은 침대에 거치고, 눈을 희미하게 떴다.

한 손에 파란색 태블릿을 잡고, 나와 눈이 마주친 아이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뭣 때문일까 필요도 없을 순간이었다.

엄마 눈 감아요!”

태블릿을 뺏길 수 있다는 본능적인 감각이 솟구치는 것을 한눈에 알아봤다.

‘와. 소름 끼친다.’     




우리들 삶에 커다란 변화는,

어느새 익숙함을 넘어 일상이 됐다.

외부에선 마스크를 권하지 않아도, 손이 먼저 움직여 귀에 걸치는 이상한 광경을 목격한.

다양한 색을 찾 그날의 의상에 맞혀 코디한다.    

 

외부 자극과 시선에 무딘 편인 나는,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았다.

반기별 한 번 있는 친구들과 소중한 1박 2일 여행, 코로나로 취소된 게 가장 큰 슬픔이었다.


덕분에 우리는 주말마다 더 자주 다녔다.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건 발달지연이었기에 집에만 있기 두려웠다. 몸으로 익히는 경험은 아이에게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다.

차례 지키기, 외부 식사 시 지켜야 할 예절, 낯선 또래와 섞이기 등.

천방지축 장난꾸러기가 동생 손을 잡고 이끄는 정도가 됐으니, 꽤 좋은 성과다.


센터에서 배우는 여러 수업들도 중요하지만

일상에서 다양한 케이스로 익히는 삶의 지혜가 시후에게 더 절실했었다.     





그리고 얼마 후, 우리는 순차적으로 격리됐다.

백신을 이긴 코로나19.

가족 모두에게 고열과 근육통을 안겨주었지만, 나에게 자비를 베풀어 무증상을 줬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배려였을까.

나에게 극심한 접종 통증을 주었지만,

그에 따른 아들의 사랑을 받았다.


고사리손의 주물주물은 타이레놀보다 강했기에, 난 태블릿을 회수할 수 있었다.     
"엄마 회사 가세요!"
오랫동안 못생긴 얼굴로 서운함을 표했다.

그래도 사랑해.


사진출처(제목) _ 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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