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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민 Jan 05. 2023

4화. 수영장

매달 사교육비 100만 원

‘하나 둘, 하나 둘, 안 할 거야!’


자유로운 몸짓에서 리드미컬한 강제 발차기로 바뀌던 첫날부터, 거부했다.


수영 첫날에 대한 기록




본격적인 ‘치료’라는 타이틀을 걸고 시작한 건, 30개월부터이다. 볼록 나온 엉덩이로 뒤뚱뒤뚱 걸어 들어간 곳을 현재도 다니고 있다.

언어치료, 놀이치료, 인지치료, 감각통합치료, 심리운동, 수영, 특수체육 등 낯선 이름의 수업들은 줄줄이 아이를 맞이했다.     


우린, 사교육비로 100만 원을 지출하고 있다.

추가로 매달 는 소아정신과 진료비와 약값은 별도다. 그래도 이 정도 지출을 치료비에 쓸 수 있음에 감사하다. 그러나 부모인지라 더 많이 못해준 미안함은 항상 생긴다.     


40분 수업, 10분 상담.

치료사가 뱉는 말 하나하나를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받아 온 숙제를 일주일 동안 알뜰히 챙긴다.

어머니는 숙제를 드리면 칼같이 완성해 오세요.

감각통합수업 치료사가 나에게 한말이다.


치료사의 피드백을 정리한 파일은 유치원 선생님께 공유하고 안팎으로 애썼다.

(3년 동안 부지런히 괴롭혀 죄송했습니다.)


매달 치료실 피드백과 집에서 학습 등 활동 진행사항을 정리해서 선생님께 드렸다


한때는, 하원 후 치료를 3개까지 한 적도 있었다.

그런 스케줄은 아이를 위한 건지,

내 마음 편하자고 하는 짓인지 분간이 안 됐다.

이젠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지금은, 하원 후 한 개의 수업.

언어수업 그 외 나머지는 특수체육, 수영, 감각통합 2회이다. 몸으로 하는 수업으로 가득 채웠다. 그리고 나와 함께하는 학습으로 하루를 보냈다. 주말은 아이가 가고 싶은 곳으로 다.

서울랜드 덕후일 때 한 달에 3번 간 적도 있었다. 놀이기구만 봐도 속이 울렁였었다.




불안정한 감각이란 녀석은 쉽사리 잡히지 않다.

선생님 요즘 꽤 안정적이에요.

라는 말을 뱉기 무섭게 휘몰아친다. 입이 방정이다.

그리고 고민하던 나에게 선생님 하원할 때 조심스레 건넸다.


어머니 수영은 어떠세요?

수영이 감각에 어려움이 있는 친구들에게 좋다는 건 익히 들었으나, 안전상의 문제로 차일피일 미뤘었다. 그러나, 이젠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그룹수업은 1대 4로 진행되는데 오늘 참여 수업 해보시고 결정할까요?

그렇게 수영복을 입혀 안으로 들여보냈다.

여과기 돌아가는 소리, 많 친구들의 웅성거림에 아이는 강사 등에 매달렸다. 한쌍의 거북이처럼.

어머니, 그룹은 힘들 거 같아요.
그럼 개별은 가능하죠?

그렇게 시작된 수영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사각 타이트한 수영복은 긴 다리를 돋보이고,

짝 붙은 수영모에 이마가 훤히 보이는 모습으로 등장할 때면, '요놈 잘생겼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실상은 워터파크와 매한가지.



강사는 뭐라도 가르치려 부단히 노력하지만,

선생님은 상어해, 시후는 가오리 할게.

라며 도망 다니기 바쁘다. 강사는 거기에 맞혀 손으로 물총을 만들어 부단히 따라간다.

갈 때는 발차기하고 올 때는 선생님이 상어 할게.

 아이를 달래며 수업하시는 모습에 혼자 피식 웃고 만다.


가끔 비싼 수강료가 생각나 짠 마음이 들긴 하지만,

즐기며 입력되는 다양한 자극에 만족하고 있다.




어느 날, 레벨별 모자색이 나타난 게시판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아이를 마주했다. 본인의 파란 수영모를 한번 보고, 게시판을 보고.

이게 뭐예요?
시후 지금 파란색 모자지. 열심히 하면 주황색 모자 주고 제일 잘하면 검은색 모자를 쓸 수 있대.


그렇게 여느 때와 같이 뚜벅뚜벅 탈의실로 들어갔 수영을 마치고 ‘엄마’를 부르며 달려온 아이는 게시판으로 날 이끌었다.

시후 잘했어? 주황모자 줄 거야?  


수영에 욕심이 생겼다.

이 여새를 몰아 이번에 잠수를 완성시켜야겠다.    

 


통유리 속 아이는 활짝 웃으며 물속에서 구름 밟듯 사뿐히 뛰어다닌다.

나와 가장 먼 레일에서 첨벙첨벙 나에게로 온다.

통유리를 사이에 두고 물속에 숨었다 나왔다를 반복한다.

“엄마. 안녕.”

그리고 두꺼운 통유리에 작은 손을 가지런히 놓는다. 나도 아이 손에 맞혀 가까이 다가간다.


손 사이의 차가운 유리가 따뜻해는 순간이다.


사진출처(제목) _ 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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