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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민 Jan 11. 2023

5화. 놀이터

사이조캐 지내자(feat. 후)

시후의 관점에서 동생은,

다소 귀찮고, 유난히 시끄럽고,
사랑을 나눠야 하는 야속한 당신이다.



8살이 되면 혼자 잘 수 있다고 떵떵거리던 시후는,

여전히 내가 옆에 없으면 쉽사리 잠들지 않는다.


“엄마, 시후랑 침대 가자.”

“시후가 오빠니깐 동생 챙겨야 하지, 엄마가 동생 재우고 시후한테 갈게. 시후가 먼저 가 있어.”

“시후 오빠 아니야.”

“그럼 뭐야?”

“언니야.”

“언니도 동생 챙기는 거야.”

“시후 낯선 사람이야. 모르는 사람 할 거야”

생각지도 못한 답변에 박장대소했다.


시후는 과연 낯선 사람이 될 정도로,

동생을 챙기고 싶지 않았던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율이는 오빠가 좋다. “오빠랑 자고 싶어요, 으앙.”

커지는 울음에 시후는 조용히 시율이 옆에 눕는다. 거절 못하는 오빠다.     

오빠가 공부할 때 응원하는 동생
오빠가 엄마를 찾을 때, 큰소리로 대신 엄마를 불러주는 동생
오빠를 혼내면 짧은 팔을 몸통에 휘감고 ‘엄마 미워’를 외치는 동생
집에서 치열해도 밖에서 의지하는 사이다.     

엄마 사랑을 독차지하는 오빠가 밉지만

그를 사랑하는 그녀다.




어머니, 부담 느끼지 마시고 마음껏 저를 이용하세요.”


특수교육대상자가 되면 여러 지원을 받는다.

그중 가족지원 서비스.

하원할 때 똑같은 놀이북 2권을 주신다.

아이들이 함께 즐겁게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말씀과 함께였다.



“매번 받기만 해서 죄송합니다.”
“오빠 선생님이 보낸 선물이라 하면 시율이가 좋아할 거 같아요. 조금이나마 서운한 마음이 풀렸음 해요."


두 녀석이 마주 앉아 그림을 그린다. 오빠가 하는 것은 모두 따라 하고 싶은 시율이는 옆에 바짝 붙는다. 그 모습이 부담스러운 시후는 나를 부른다.


“엄마, 시율이 어린이집 보내세요!”

역시나, 목청껏 운다. 오빠 미워!     

어느 날부터, 선생님을 포함한 지인들이 시율이에게 조금 더 신경 쓰는 모습이 보였다.


비장애 형제자매의 심리지원.

고민이 깊어지는 밤이다.


홈페이지 일부 발췌




6kg.

시율이가 뱃속에 있는 동안 딱 6킬로 쪘다. 그때의 심적·육체적 중압감이 ‘6’이라는 숫자에 내포되어 있었다. 배가 불러왔기에 임신사실을 인지했다.

뱃속에서부터 홀로 씩씩하게 커 준 시율이는 나에게 미안한 손가락이다.     


행복한 나날 속,

발을 헛디딘 것처럼 쿵하고 꺾이는 순간이 있다.


정체불명의 불안에 땀을 뻘뻘 흘리고서야 겨우 잠든 아이를 지켜보던 날, 내가 대신할 무언가가 없음을 인지하며 불현듯 눈물이 쏟아진 밤이다.

주체할 수 없이 격해진 감정으로 얼굴을 이불에 파묻고 숨죽였다.

그 순간을 아이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바람은 예상을 엇나간다.

시율이는 놀란 표정으로 내 앞에 조용히 다가온다.

이내 격한 울음을 쏟아낸다.   

  

그녀는 내 감정을 읽었다. 불과 33개월이었다.     


상황이 그녀에게 너무 이른 무게를 얹어 준 것 같아 쓰라렸다.

그리고, 너를 많이 사랑한다고 귓가에 속삭였다.

그제야,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픈 아이를 돌보는데 온 힘을 쏟았다.

그리고 아픔을 음미할 여유가 생겼을 때,

서운함의 연속인 시율이가 보였다.


그리고 곁에 둔 다름으로, 또래와 다른 슬픔을 겪어야 할 너의 삶을 지레 짐작하니, 미안함에 버거워졌다. 

훗날, 너의 삶이 무겁지 않도록 내가 너에게 하고

있는 일, 했으면 하는 일, 앞으로 할 일, 해야만 할 일을 끊임없이 너와 이야기 하려 한다.   

  

우리 시율이 하고 싶은 거 다 해.     




지금도 어딘가에 있을 미안한 손가락이 

‘나’ 답게 성장하길 바라며,

더 세심한 사회적 차원의 관심이 더해지길 바란다.



사진출처(제목) _ 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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