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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민 Jan 13. 2023

6화. 울었어

너도 나도 녹아내리다

“너무 슬퍼.”
“왜?”
“모르겠어.”

모르겠다는 말이 정답일 수도 있겠다.




아이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건넌다.
점멸 중이던 초록불, 그 곁에 불쾌한 소리로 울어대는 오토바이. 순간 손을 뿌리친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순식간에 한 바퀴 돌아 내 품에 안긴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안에 아이, 재촉하는 신호등. 달랠 겨를도 없이 밖으로 이끈다.

“괜찮아. 지나갔어.”

내 손을 꼭 쥐고 걷는다. 크게 다른 하루라 생각지 않았다.



울음이 교실문을 타고 넘쳐흐른다.

진행될 수 없을 인지하고 교실로 들어갔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울음이,

무슨 방법으로도 달래 지지 않는다 했다.     

이제껏 보지 못한 모습에 단호으로 일관했다.

버릇이 잘못 들까 싶어서였다.

장난감을 던진다. 처음 본모습이었다.

화가 나, 더 매섭게 대했다.


“죽을 거야.”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코 끝에 매운 기운이 돌며 아랫눈 붉게 달아오름이 느껴진다.


“엄마 나가요. 집에 안 갈 거야.”

본인이 알고 있는 모든 나쁜 말을 내게 쏟아낸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다음 수업 대기하고 있던 친구를 위해,

서둘러 끌어안았다. 러자 나를 밀다.


형아가 기다리고 있어서 비켜줘야 한다고 했다.

그 좋아하는 초콜릿, 동물원을 운운해도 미동이 없던 아이가, 형아가 공부해야 해서 나가야 한다는 말에 울먹이며 일어나 교실을 나온다.

‘어쩜 이 상황에서도 이리 순할까.’


대기실에 있던 부모들이 공감과 짠함의 눈빛을 보낸다. 그 초대받기 싫은 시선보다, 묵직한 엉덩이를 들쳐 매고 나온 아이 뒷모습만 보였다.

    

공간을 벗어나도 울음이 그치지 않다. 꽤 오랜 시간 지속됐다. 울음이 이렇게 긴 것도 낯설다.

몇몇 일 고민 끝에 선생님께 연락드렸다.

(방학임에도 자꾸 연락드려 죄송합니다)





“고민을 늦게 알게 된 게 아닌가 죄송스럽네요.”

당신의 안락한 시간을 방해한 것보다 시후의 고통이 더 눈에 밟히는 선생님이다.


관련 자료와 부리나케 정리한 파일, 영상을 빠른 시간 내 보내주셨다.

탠트럼에 무게를 둔 나에게 갑자기 찾아온, 멜트다운의 가능성.


4년의 시간을 나름 공들여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첫 만남이었다.


그 이윤, 이렇게 붕괴된 적을 본 적 없다.  뒤따라오던 미안함이 나를 덮다.

‘정체불명의 고통으로 이렇게 힘들었구나.’


뭣 때문인지도 모르는 것에 녹아버린 너를,

벼랑 끝으로 매섭게 몰아세웠던 내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다.

살려달라는 너의 울부짖음에 나의 무지한 발언이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자신을 보호하려 그렇게 나에게 외쳤음에도 ,

그놈의 '버릇이 잘못 들'라는 이유 같지 않은 망언으로 너의 마음을 다치게 했던 것이다.




“엄마 침대 가자.”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내게 건넨 말이다.

아이와 침대에 누워 눈을 맞춘다.


“지켜주세요.”

그 말에 맑은 무언가가 차올  얼굴이 보이지 않다. 

확히 그 부분만 도려내 내게 붙이고 싶다.

앞으로 얼마를 더 겪어야 하는 걸까. 끝은 어딜까.


“엄마 미안해. 시후 사랑해?”
“많이 사랑하지. 엄마가 지켜줄게.”     


이렇게 의술이 좋아지는 현재 삶에,

아직 인조차도 규명치 못하는 것일까.

이렇게 이쁜 내 아이가 얼마나 더 아파야,

우리가 단단해질 수 있을까.

갑자기 불청객에 부둥켜안고서야 진정다.




불쑥 나타난 울음의 원인 확언할 순 없다. 그러나, 이제껏 보이지 않았던 모습이고,

탠트럼의 양상과는 달라 보인다.


선생님과 나눈 이야기, 자료 꾸준히 들여다보고 있다. 다음 진료를 위해 빠짐없이 기록 중이기도 하다. 여러 가능성을 두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과부하된 감각으로부터 본인을 지켜낼 공간 확보와 지속적 사랑뿐이다.


아침을 든든히 챙겨 먹고, 다시 산을 오른다.

그동안 발을 핑계로 중지됐던 우리의 루틴에 재가동을 다.


아들, 숲놀이터 갈까?


아이 발을 단단히 잡은 운동화가 웬일인지 무거워 보이지 않는다. 이윽고 숨을 깊게 쉬고, 상쾌한 겨울바람을 꿰차고 나간다.

홍기가 살짝 감도는 너의 볼이 좋다.


이번에 찾아온 겨울도,

씩씩하게 잘 이겨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진출처(제목) _ 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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