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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민 Jan 16. 2023

7화. 공룡케이크

나도 안 가고 싶거든!

매운맛을 봐야
기진맥진했던 정신이, 번쩍 든다.



학부모참여수업, 아무것도 모르고 설레기만 했다.      




등원하는 차 안, 부푼 기대에 웃음꽃이 핀다.

“우리 시후 얼마나 잘하는지 보여줘.”
“네!”


우렁찬 대답에 시작이 좋다.   


입실 5분 만에 모든 매력을 발산한다.


아이들은 앞에, 학부모는 바로 뒤 의자에 착석한다.

뒤를 힐끗 보더니 살인미소를 나에게 날린다.

벌떡 일어난다. 무슨 일인가 싶었다.


“엄마 무릎에 앉을 거야.”
“친구옆으로 가. 당장.”


아이 귀에 속삭였다.

진땀이 난다. 그때부터 얼 불타올랐다.

더운 건지, 반전 스토리에 스멀스멀 당혹스러움이 올라왔던 건지 모르겠다.


선생님 질문에 손들고 대답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오직 나만 바라보는, 싱글벙글 시후.

내가 와서 좋은지 유난히 질문이 많다. 나에게만.

분명 선생님이 책을 읽어주신 거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전혀.

다행스러운 건 재빠르게 순서 넘어간다.      




식욕을 억누르고 만든 타르트

눈앞에 놓인 타르트 만들기.

난 왜 더 불안해지는 걸까.

음식에 대한 반응, 빛의 속도인 시후다.

잽싸게 손을 낚아챈다.

순서를 설명하시는 선생님, 경청하는 아이들 사이, 오직 눈앞 과일에 집중하는 시후가 있다.


“블루베리 먹을 거야!”

그 순간 담임선생님이 시후를 콕 집으신다.


“시후야, 오늘은 만들어서 집에 가서 먹자.”

시후를 너무 잘 아는 담임선생님이시다.

과일킬러 시후만, 단독으로 선생님과 약속을 한다.



오늘의 엔딩, 꽃반. 마침내 라이맥스에 이른다.

결국 소원을 성취하셨다.

내 무릎에 포근히 머리를 내주셨다.

우리 둘만 있는 것처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아이 어깨를 안 잡을 수 없었다.


“엄마랑 나가서 얘기 좀 할까?”
“아니!”


그래도 좋은지 깔깔깔이다.

선생님과 눈이 마주친다. 당황한 눈빛이다.


“선생님 우리 시후가 이랬군요.”
“아니에요. 모범생 시후가, 오늘 어머님 오셔서 기분이 좋은가 봐요.”


멋쩍은 웃음을 지으신다.




하원 길, 오늘 어땠는지 넌지시 물었다.

“오늘 행복했지!”

허탈해서, 아이가 너무 해맑아서 나도 웃었다.

아이도 나를 보고 웃는다.



고단한 학부모참여수업이 끝이 났다.

2시간에 혼을 뺏겼다.     


'가볍게 참여하세요' 라며 권한 수업의 무게감은 절대 깃털 같지 않다.

적당한 긴장감과 설렘 기대했으나,

한껏 물을 머금은 깃털을 건네받았다.


행여나 돌발 상황이 있을까,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 전날 꿈에 사전답사까지 진행됐다.


그런데 지나고 니,

아이는 엄마와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순간을 즐기지 못했다. 그놈의 걱정 때문에.    

 

“선생님 올해는 학부모참여수업 끝이죠?”
“네! 어머니 고생하셨어요.”     


정신은 온간데없는 하루였지만 했다.

행복했구나. 그래 그거면 됐다.    

 

위드코로나 선언 후 함께 하는 것들이 차츰차츰 늘 있다.

예측불가의 하루였지만, 리얼 시후를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선생님들의 노고를 짧게나마 느껴, 유치원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난 극성 학부모가 될 예정이다. 


"어머니, 부탁드릴 게 있는데요~"
"뭐든, 할게요."




그 행복한 마음을 이어, 술술 적어나간다.



오. 지. 마. 세. 요.


유치원에서 만큼은 엄마랑 놀기 싫은 건지,

자꾸 제지를 거는 내가 싫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나도 안 가고 싶거든!     




그해 가을, e알리미가 울린다.


[학부모님과 함께 하는 와글와글 놀이 축제]

내 마음이 와글와글 소란스럽다.


“참여수업 또 해요? 아니죠?”
"어머니, 이번에는 진짜 시후가..."
"세상에나."

들리지 않았다.

어쩌면 듣고 싶지 않았단 말이 정확할 수도 있다.


2차전이 예정되어 있다.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coming soon.


사진출처 _  픽사 베이 &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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