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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민 Jan 18. 2023

8화. 바이킹

꼬마 바이킹에 눈물을 훔치다

학부모참여수업 2탄입니다.
1탄이 궁금하신 분은
[나도 안 가고 싶거든!]을 눌러 주세요.



그날이 왔다. 와글와글.



“아기 바이킹이다.”

입가에 미소를 한껏 머고 있다.


유치원 앞마당 우두커니 서있는 바이킹은,

환상의 나라 콜럼버스 대탐험보다 장엄하다.


우리에게 최적화된 학부모참여수업.

꼬마 바이킹 옆, 따끈따끈 즉석 솜사탕이 함께 한다. 기분이 찢어진다.    

 

바이킹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30분.

잦은 서울랜드행으로 줄 서기는 말하지 않아도 기갈난다. 시후 앞에서 아슬아슬 끊긴 줄.

그 행간을 놓칠 수 없다.     

재빠르게 즉석 솜사탕 코너로 달려간다.

“핑크색 솜사탕 먹고 싶어요.”     



짧은 운행 사이에 그 커다란 솜사탕을 단숨에 해치우고 제자리로 돌아다.


드디어 차례다.

타고 싶은 욕망과 두려움은 정비례한다.


가장 안전한 센터에 떡하니 앉자, 운행을 하시는 분이 말씀하신다.     

“어린이, 맨 뒤에서 타도 될 상인데?”

무서운지 꿈쩍 않는다. 그렇게 시작됐다.     


긴장된 어깨와 안면근육은 몇 번을 왕복하고서야 비로소 미소를 띤다. 가운데에서.

아쉬운 운행이 끝나고 내리는데 얼굴에 꽃이 핀다.

"또 탈 거야?"

"솜사탕 먹고 탈 거야."     


다음번은 용기를 내본다. 겁 없이 맨 뒷자리로 승차하던 아이는 양손으로 안전바를 움켜잡고 눈을 질끈 감고서야 마무리되었다.

"어땠어?"

"또 탈 거야."     


그러나, 허락된 시간은 여기까지.

다음 순번의 동생들이 몰려온다.

집에 가기 전 한번 더 타기로 약속을 받고서야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민속놀이, 만들기, 블록놀이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계속 묻는다.


“바이킹은?!”





이날의 일기는 날씨도 ‘조아’다.

행복함이 일기 첫 줄부터 묻어난다.     


엄마는 유치원 오지 말라더니,

바이킹 아저씨는 또 보고 싶은 듯하다.(서운해)


시후는 제법 즐길 줄 아는 아이다.

일정한 간격으로 관심사를 옮겨가며 그것에 푹 빠진다. 아주 깊숙이. 전형적인 덕후의 모습이다.

미련이 남지 않 충분히 즐길 기회를 제공한다.       

   

수업을 마치고, 하원 만남을 약속 후 헤어졌다.     


1학기 학부모참여수업을 마치고 홀로 유치원을 나올 때 껌딱지는, 내 꼬리처럼 따라붙었었다. 

결국, 선생님의 캐치에 슬픈 눈망울로 헤어졌었다.

     

그러나, 오늘은 다르다.

자리를 지키는 바이킹을 위해 쿨하게 헤어진다.


잠깐의 커피 한잔 후 하원을 위해 달려갔다.

아이가 보이지 않는다. 시계를 본다.

'시간이 맞는데.'

아직 자리를 지키며 운행되는 바이킹 속.

즐기는 시후가 있다.

여전히 눈은 감고 있지만, 어깨는 한껏 솟아있다.  

   

그런데 혼자가 아니었다.

선생님과 마주 앉아, 맞잡은 손.

그 모습이 뇌리에 박힌다. 

나 혼자 괜스레 뜨거워진다.     





지난 풍파 속,

우리의 바이킹은 잠깐의 편안함을 허용치 않았다. 일정주기로 찾아오는 파도는 우릴 흔든다.

방향을 잃어 사정없이 흔들리는 그 순간,

곁을 내준 선생님.     



아이와 함께 바이킹에 올라탄 선생님 모습에 묵직했던 기억이 오버랩된다.     


모든 일에 '잘한다. 잘한다.' 응원해 주시고,
잠깐의 아이모습에 내려진 서슬 푸른 진단에  화내며,
약 기운에 픽 쓰러지는 모습에 함께 아파했다.
때론 친구처럼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해준 분.

    

매 순간 1초의 망설임 없이, 선뜻 건네준 마음 덕분에 단단해지고 있는 중입니다.     


학부모참여수업, 대단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사진출처 _ 픽사베이&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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