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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민 Jan 23. 2023

9화. 딱지

우리는 가족입니다


차가운 공기가 스치던 날, 가족이 늘었다


운동을 사랑하고, 울퉁불퉁 몸매를 자랑하는 나의 남동생은 간호사다. 주위에선 우리 남매의 직업을 두고 말이 많다. 서로 바뀌었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깊이 들여다보면 알맞다. 겉보기와 달리 굉장히 섬세 근육맨이다.


찬바람이 가득한 겨울, 남동생은 대학을 졸업했다.

그곳을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온 날이다.


현관문을 여는데 포근한 점퍼 안에 새하얀 녀석이 고개만 빼꼼 내밀고 있다.

조심히 내려놓자, 톡 뛰어 들어온다.
엄마 아빠가 달라 보이 녀석은,

그래도 이쁜 구석만 쏙 가져왔는지 제법 귀엽다. 

이름은 딱지, 장난꾸러기 꼬마숙녀다. 


휴지로 오감놀이한 흔적





딱지는 남동생의 룸메이트이며 그를 사랑한다.

먼발치에서도 발소리만으로 알아차리고 현관문 앞에 쪼르륵 달려가 끙끙 앓는 소리를 한다.

또한, 근육맨 오빠 옆에서 작디작은 몸으로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곁을 지킨다.


어느 날은, 낯선 이의 등장에 매섭게 몰아붙인다.

그때 남동생의 묵언의 고갯짓 한 번이면 조용히 방으로 들어간다.

까딱.

내린 꼬리와 처진 어깨로 걸어가는 무거운 발걸음엔 서운함이 가득이다.


신기해서 나도 따라 해 본다
'고개를 까딱.'
딱지는 고개를 갸우뚱.
너는 누구냐 싶은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나의 메시지는 그녀에게 전달되지 못했다.






우린 그녀와 가족이 됐다.
그녀는 꽤 오랫동안 가족의 이쁨을 독차지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랑을 나눠야 할 경쟁자가 나타난다. 

강적, 아기 시후다.


사람인 줄 아는 그녀는, 시후의 등장이 불쾌하다. 편안한 오후의 방해꾼이 나타나면 한숨부터 쉰다.
살랑이는 꼬리에 관심을 갖는 시후가 귀찮다.

결국 화를 낸다.

"으르렁."
그래도 아기 시후는 까르르이다.


얼마 후 반격이 시작된다.
아기의 손을 살살 간지럽히며 코너로 몬다.
눈만 감으면 다 해결되는 줄 아는 시후는 두 눈을 질끈 감는다. 그래도 입은 활짝이다.

간질간질하며 차가운 코가 손끝에 맞닿는 느낌이 나쁘지 않다.


꼭꼭 숨어라 손가락 보일라





어느새 13살.
딱지는 세월과 동행 중이다.
천방지축 날던 그 에너지는 어디로 가고 누워있는 것이 더 편해진 나이다.
그런 딱지를 바라보는 시후가 있다.

치킨을 먹는 곁에 맴도는 딱지가 신경 쓰인다.
행여나 아플까 걱정이 앞서 건네지 못한다.
그래서 본인이 좋아하는 토마토를 툭 놓는다.
몇 번 씹다 내뱉은 토마토에 괜스레 세월이 보인다.




시후에게 딱지는 친구이자 챙겨야 할 가족이다.
왜냐하면, 시후는 오빠니깐.
딱지를 챙겨야 할 오빠이고 싶으니깐.
누워만 있는 딱지를 바라봄이 슬픈 시후다.





딱지 아프다.

세월이 가 나이를 먹고 몸이 아파옴은 자연의 이치임에도 서글프다.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있는 그녀에게 가족들은
열심히 몸 여기저기를 주무른다.
시원해서인지 고마워서인지 살짝 머리를 세워,
무릎에 살며시 기댄다.
없는 큰 눈에 먹먹함이 가득 찬다.


앞으로 함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다.
우린 다가오지 않았음 하는 그날을 준비한다.


볕이 잘 들고, 우리가 함께 뛰어놀았던 그곳.
현재 우리와 멀지 않은 곳으로 말이다.


언제든 보고 싶을 때 찾아갈 수 있는 곳으로,
너의 행복했던 그 미소를 잊지 않기 위해서.


딱지야, 오빠가 사랑해(feat. 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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