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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민 Dec 21. 2022

1화. 소화기

내 꿈은 소방관

“오늘 뭐 했어?”

“소방관 변신해서 강은혜 선생님한테 물 뿌렸지!”

이게 무슨 말인가.      





등원하는 차 안에서 예정된 일정을 브리핑한다.

불안이 높기에 시작된 루틴이다.

그러나 오늘은 다르다.

아이 소원성취의 날, 소방관이 된다.

“오늘 소방관 변신한대, 재밌게 놀다 와.”

“네!” 시원시원한 대답처럼 발걸음도 가볍게 유치원으로 향한다.    

몇 시간 뒤, 어떤 하루를 보냈을까 하는 설렘을 안고 서둘러 운전대를 잡는다. 신호도 잘 떨어진다.

생각보다 일찍 유치원에 도착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아이를 기다린다.


"어머니 오늘 소화기 체험이 너무 재밌었대요."

선생님 말씀에 궁금증이 증폭된다.     


유치원에서 ‘안전체험의 날’ 행사를 했다.

심폐소생술과 화재 시 대피요령 그리고 꼬마 소방관으로 변신해 소화기 사용법에 대해 체험을 하는 날이다.     


인형을 앞에 두고 흉부를 압박하는 일 따위엔 크게 관심이 없다. 기다리는 건 오직 소방관.

그럴싸하게 옷을 입고 소화기 앞으로 간다.

누르는 순간 뿜어져 나온 물줄기에 미소를 감출 수 없다.

여기저기 뿌리던 물은 생각지 못한 곳으로 갔다.

결국, 담임선생님 옷이 흠뻑 젖고 만다.

죄송한 마음보다 즐거운 마음이 앞선 아이는 활짝 웃는다.

“박시후 너~”

젖은 옷을 입은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리고 마주 보고 함께 웃는다.


이야기를 전해 듣고 깜짝 놀라 죄송한 마음을 먼저 전했다. 쌀쌀한 날씨에 젖은 옷으로 감기에 걸릴까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선생님은 괜찮다고 시후가 너무 즐거워해 좋았다고 말씀해 주신다.   




집으로 돌아와, 오늘 있었던 행복 기억을 이야기 나누고 글로 썼다.

당시 깔깔 신이 나, 전해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일기로 대신 전다.      


시후의 장난 불쾌했을 텐데 넓은 마음으로 감싸주신 선생님께 너무 감사했다. 그리고 학부모까지 신경 쓴 선생님 마음에 미안함과 뭉클함이 교차다.


여러 이유로, 5살 가을 급하게 유치원을 옮겼다.

처음 갔을 때 말도 안 하고 혼자만 려했다.

7살인 지금, 유치원 세컨드 하우스다.

유치원 로비 소파에서  다리를 꼬고 '쿵쿵 아파트'책을 본다.

주말의 여느 집 가장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건 시후 곁을 살뜰히 살핀 선생님들이 계셨기 때문이다.


바로 내 옆에 있는 좋은 사람이 인생을 더 좋은 방향으로 데려다준다

          - 좋은 운은 좋은 사람과 함께 온다 中 -



 삭, 엄함이 물씬 풍기지만

, 함을 넘어 특유의 부드러움으로 감싸 안는 카리스마 덕분에

지난 시간들, 시후에게 선물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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