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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민 Dec 21. 2022

intro.

특별한 하루 그리고 기록

“아이가 협조를 안 합니다.”


30분 만에 열린 검사실에 차가운 공기가 가득하다. 고개를 살짝 떨군 임상심리사가 내게 건넨 첫 대화다.

모든 영역의 점수가 좋지 않았지만

특히, ‘작업기억’에서 [매우 낮음] 판정을 받았다.

그 순간 이성과 감성의 연결선이 끊긴 듯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매우 낮음'의 충격에서 회복탄력성이란 말은 들리지 않았다. 제자리만 맴맴 돈다.

Somebody, help me.

그리고 저 멀리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

I'm here.


“어머니 시후의 하루를 간단히 기록해 드릴 테니 집에 가셔서 물어봐주세요.”     

하원 후 퀴즈 풀 듯, 수첩을 보고 질문을 한다.

답안지를 커닝하는 거처럼, 신이 났다.

오늘은 기억을 하는지, 대답을 해줄지 아이 뒤꽁무니를 쫓아가며 물어본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작업기억을 위한, 일기 쓰기.

     




6살에 한글을 익히고

그 해, 9월부터 일기 쓰기를 시작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기에 처음 시작은 ‘그림일기’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3줄 정도 짧은 글 쓰기

에서 점점 양을 늘렸다.     


첫 과제는 유치원 점심 메뉴다.

음식 러버 시후에겐 대단히 큰 매개체다.     

기억회상, 그림 그리기, 생각 쓰기 등 다양한 요소를 일기에 녹아냈다.

그리하여 완성한 9월 2일 자, 오늘의 식단이다.

그날의 최애 음식은 포도였단.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아이들은 시각이 예민한 만큼

눈으로 기억하는 능력이 좋다.

다만 그 유지가 어렵다는 게 아쉬운 점이다.

그래서 꾸준히가 중요하다.    

 

그렇게 시작된 기록이 계속 쓰는 과정 중에 있다.

아이만의 색깔로 적어나가는 이 글로,    

미흡하지만 더듬더듬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으리.’
 -퍼시 셀리-     

시후스러운 일상,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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