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빌리파이정 1mg

너와 난 숙명이다

by 김혜민
도대체 왜 못 일어나는 거야.
괴물 없다고. 엄마도 너무 힘들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아이의 불안함에

결국 난, 뱉어선 안 되는 지껄임을 쏟아냈다.




7살이 되며 롤러코스터를 탄 듯 기분이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이 자주 발견됐다.

기분이 좋다 못해 넘쳐 자기 세상에서 행복해 하다가, 갑자기 훅 하고 꺼져 좁고 어두운 공간을 찾아야만 안정이 됐다.
치솟는 달림의 욕구에, 마주 오던 자전거를 발견치 못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울음이 연속됐다.


유치원, 센터, 집에서까지 지속된 모습에 불편해하는 아이가 눈에 띄었다.

그렇게 1년 전 예약해둔 소아정신과를 찾았다.

각성조절에 어려움, 불안, 거기에 딸려 나오는 주의력 결핍 등의 이유로 처음 우리가 건네받은 것은 '아빌리파이정 1mg'.


타인을 위함이 아닌,

아이의 편안함을 이유로, 약을 시작했다.




이미 오랜 시간 고민하고,

피할 수 없음을 인지 받아온 약이지만,

눈앞에 둔 약을 보고 선뜻 건네는 건 쉽지 않았다.

손에 놓인 약, 죄책감과 두려움에 마주했다.


“이거 뭐예요?”

“의사 선생님이 우리 시후 편안하게 해주는 약이라고 줬는데 먹어볼까?”

꿀꺽.

알약도 너끈히 삼키는 아이 모습에 먹먹하다.

선생님께 오늘 하루 잘 지켜봐 달라는 부탁을 전달했다.

유치원에 가있는 4시간이 지독하게 가질 않는다. 그리고 평소보다 서둘러, 깊은 숨을 고르고

아이를 맞이하러 갔다.




어머니, 지켜보는데 눈물이 나서 혼났어요.”


작은 알약 한 알의 효과는, 지독했다.

눈에 초점이 흐려지고 픽 쓰러져 꼬꾸라진다.

꿔다 논 보릿자루 마냥 앉혀놓으면 그 자리에, 선생님께 기대어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고 한다.

선생님도 울고, 나도 울었다.


병원에 다시 전화했다.

“선생님, 약 먹고 일상이 안 돼요!”

세게 반응이 오니 반을 쪼개 먹이고 3일 지켜본 후 여전하면 다시 연락을 달라는 처방이었다.

그렇게 첫날의 기억은 무너짐이었다.




복용을 결정한 것은,

아이의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함이었다.

그러기에, 사전세팅으로 시후를 겪는 모든 분께

약 복용에 대해 오픈했다.


하얀 알약 하나의 침투로,

시후가 가지고 태어난 모든 것에 발생하는 혼란을 도와줄 버팀목이 필요했다.

그 순간을 세세히 기록했고, 바쁜 의사 선생님을 위해 원페이지로 요약해 가기도 했다.

그렇게 천천히 도움을 주었다.



당연히, 지금은 용량이 늘었다.

허나, 시후 커가는 속도에 비하면 아주 작은 용량이긴 하다.

그러나, 착석을 위해? 타인의 편안함을 위해? 급하게 늘리진 않을 테다.




약이 대단한 효과를 가져다 주진 않는다.


다만, 불안함에 100분가량을 엎드려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은 사라졌고,
선글라스를 달라는 말을 내게 건넨다.
각성에 따라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감정의 이유를 알 수 없었던 그때는,
‘무슨 일이야?’라는 질문에 전환이 되고 짧게 라도 이유를 설명한다.
호리호리 모델 뺨치는 신체조건은,
오동통통 귀여운 아기오리가 됐다.


그렇게 조금씩 편안해졌다.




몸이 으슬으슬 좋지 않다.

아이들을 부탁하고 침대에 머리를 눕힌다.

어느새 내 곁에 시후가 와있었다.

“노란 약 여기 있어요.”

깜짝 놀라 눈을 떠 보니,

키다리장 맨 꼭대기에 넣어둔 약통을 꺼내,

빡빡한 약 뚜껑을 스스로 열어 내게 건네준 주의력약이었다.


그동안 편안하게 해 준다고 아침마다 챙긴 약을,

아픈 엄마를 편안하게 해 주기 위해

자를 밀어 넣어 까치발까지 드는 수고로움을 감수하면서 손수 꺼냈다.

그리고 물과 함께 내게 건넸다.

뭉클함과 미안함에 꼭 안아주었다.

‘아들 미안해.’





“아이 약 시작한 거 후회하지 않으세요?”
“네, 후회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편안해졌거든요 . 그런데요, 약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더라고요.”
“그게 뭔가요?”
“아이의 감정을 어루만져주는 일이요.
약은 그저 살짝 감미해주는 감초정도죠.”

오늘도, 아빌리파이정과 메디키넷리타드캡슐을

건네고 미안함에 아이를 바라본다.



시후야

네가 겪는 혼란스러움을 내가 감히 짐작할 순 없지만, 그 두려운 순간에 너의 손을 놓지 않을게.

겪지 않아도 될 그 고통을 안겨줘서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사진출처(제목) _ 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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