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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민 Jan 15. 2023

무력감

보호받지 못할 고통

자신에게 이런 상황을
바꿀 힘이 없다는 느낌

- 감정어휘 中 -



내 앞에 놓인 것들.
오롯이 나의 몫인 것들.
끝을 알 수 없는 시간의 연속인 것들.
도와줬으면 하지만, 조력해 줄 수 없는 것들.    

 

꾹꾹 눌러 다지지만,

무너지는 순간이 있다.


공든 탑은 오랜 시간에 걸쳐 올리지만,

그 무너짐은 순식간이다.

그리고, 무너지는 순간 땅이 파여 계획과 달리 지하 깊숙이 들어간다.     


칠흑 같은 어두움 속에 도와달라는 말조차 사치다.

어쩌면 무력감에 지배당했을지도 모른다.   

  

이 지랄 맞은 상황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도미노처럼 줄줄이 버거움이 겹겹이 쌓인다.    

 

누적된 피로에 날 선 예민함이 머리 꼭대기에서 날 조롱한다.

‘네가 언제까지 참을 수 있나 보자.’     


인내심이 짧은 난, 무너진다.

괴성과 울음이 한껏 대신해야 비로소 사그라든다.    

 



하루가 25시간이길 바랐던 적이 있다.

하루 중 단 한 시간만이라도 오롯이 허락됐음 했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삶에 숨구멍이 필요했었다.


나에겐 커피가  숨구멍이다. 


따뜻한 온기와 조용히 콧 끝에 맞닿는 향이 유일했다. 그러나, 그 뜨거움의 목 넘김이 잠도 허락지 않는 날이 있다.

뜨뜻미지근하게 식어가는 커피를 내 손길로 느낄 때면 그때의 허탈함에 뻐근함이 명치까지 전해진다. 보호받지 못할 고통이다.


이른 아침부터 새벽까지 쩍 하고 달라붙은 날것에

행복한 날이 있는 만큼, 벅찬 순간도 있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아야 할 것을,

기어코 되고 만다.

어찌 다스릴꼬.     


어깨에서 전해온 피로도는 오후가 되면 양쪽 머리끝을 짓누르고 만다.


지금 이 순간,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지 않으면 터질 것임에 서둘러 옷을 훌러덩 던지고 욕실을 박차고 들어간다.

‘씻고 올게.’     

뜨거운 물길이 몸 전체를 휘감으며 마음도 감싼다.

   

쉽지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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