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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민 Jan 18. 2023

1월의 산타

복직의 이유


아직 꿈나라 오빠의 단잠을 깨운다.    

오빠 유치원 가야지. 선생님이 기다리잖아.     


꿈쩍하지 않는 오빠를 놓고 투덜투덜 거실로 나온다.

"오빠 유치원 데려다줄게."
"오늘은 시율이가 먼저 가고 다음에 데려다줘."


오빠가 방학 중임을 모르는 시율이는 아침마다 뭉그적거린다.

 

"엄마 방글핑처럼 머리 이렇게 묶어줘."

고사리손을 양쪽 머리끝에 가져다 대며 말한다.     


딸내미 키우는 맛에 흥미를 못 느끼는 ,

"엄마 못하는데. 선생님이 잘하실 거 같은데?"
"아휴. 어린이집 가자."


나를 너 잘 아는 그녀는 서둘러 신발을 신는다.   

  




아직 크리스마스에 여운을 잊지 못한 시율이는 하원 길 노래를 한다.  

   

산타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
누가 착한 앤지 나쁜 앤지
오늘 밤에 돌아가신대  



돌.아.가.셨.다.

오지도 못하고 돌아가셨다.    

 

양갈래로 묶은 머리와 오물오물 작은 입에서 나온 노래에 귀여움이 넘쳐흐른다.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 웃었다.     


“웃지 마!”

칼 같은 그녀다.

“우리 시율이 귀여워서 그러지.”
“시율이 안 귀엽거든. 귀여운 거 안 해.”     


럭비공 같은 그녀는 어디로 튈 줄 모른다.

그러나, 그 럭비공은 사랑받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사랑스러운 눈빛을 대번에 알아차린다.


가끔 오류가 나곤 한다.

내가 보낸 사랑 전파를 온전히 해석지 못했다.


그래도 짧은 팔을 휘감으며 쏟아내는 레이저 눈빛의 앙칼짐도 사랑스럽다.     


텔레비전에 광고가 나온다. 무수히 쏟아지는 장난감 광고를 보며 하나하나 마음을 표한다.


이거 갖고 싶어.
이거 재밌을 거 같아.
엄마 이거 두 개만 사. 파란 건 오빠, 핑크는 시율이 꺼.


그러다 엔딩을 장식한다.

‘방글핑 아빠 산타가 사주실 거야.’    

 


이미 산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곰의 탈을 쓴 귀여운 여우 같으니라고.          


시율이 마음에 일 년 365일 산타가 있을 예정이다.

복직을 서둘러야겠다.

그녀의 사랑, 방글핑을 위해.


사진출처 : 픽사베이 &유튜브 티니핑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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