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성장통

당신과 나의 계절의 온도는 다르다

애통함, 전환의 시작

by 김혜민



연둣빛 작은 희망이 고개를 빼꼼 인다.

그 결에 맞혀 묵직한 겉옷을 훌훌 털어버린다.

어깨에 걸친 가벼운 실오라기에 기분마저 상쾌하다. 이내, 그 시선은 나에게로 향한다.

울타리 마냥 두꺼운 옷을 겹겹이 감싼 나를 마주하며, 곧 서늘해진다.

이렇게 오늘도 가면을 입는다.

내 마음을 들키지 않게.

시리다.

시리다 못해 아리다.

난 아직도 이렇게 영글지 못하다.


유난히 지독한 봄이다.






아이 삶에 새로운 문이 열렸다.

설렘 가득한 낯섦은 들뜬 미소로 불안을 감싼다.

아이는 그곳의 문을 열어 씩씩하게 적응해 간다.

그 과정 중 아이보다 여린 나를 보았다.

씩씩하게 걸어가는 뒷모습은 이내 걸음을 멈춘다.


친구들과 섞인 북적이는 놀이터,

한가운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움직이지 않는다. 잽싸게 아이 곁으로 달려간다.

내 품에 안겨, 꼼짝하지 않는 아이의 따뜻한 체온에 가슴이 뜨겁다.


단단해져야 하는데, 스르륵 미끄러진다.


조용한 놀이터, 홀로 타는 그네.

그제야 미소를 띤다.

그제야 큰소리로 나를 부른다.

먹먹한 가슴을 부여잡는다.


너를 위한 최선이 무엇일까.





힘들다고만 생각했지 불행하다 생각지 않았다.

그들보다 몇 곱절 노력하면 그 언저리에 닿을 수 있다 믿었다.

그러나, 나와 타인의 기준이 다르다.

어쩌면, 지난 시간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막고 내 시선에 맞혀 희망을 살았던 것일까.

지난 며칠, 격하게 거부했다. 그리곤 순간 아이가 미워졌다. 내가 그린 훗날과 다를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미어졌다.

현재, 부딪혔다.

그 찢기는 받아들임의 과정을 겪고 있다.



그리고 우연히 접한 기사 하나에 호되게 혼났다.

'장애가족 동반 자살'


지긋지긋한 삶을 이렇게 밖에 마무리할 수 없었던

그들의 마음을,

용서받을 수 없는 그들의 행동에,

이해와 비통함이 밀려온다.


그들의 치열한 삶에, 눈물을 토해냈다.


얇은 실타래를 꾸역꾸역 잡아끌며 살았을 그대들 곁에 따뜻한 시선 하나만 더 해졌더라면,

그들이 차가움을 선택하지 않았을 거란 생각에,

허탈함이 가득이다.


지난 며칠 어리석었던 나는,

예리한 회초리로 매서운 호됨을 겪었다.





나와 같았을 당신에게,

혼자가 아닙니다.
미약할지언정, 제 온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아이의 뜨거움을 곁에서 지켜주세요.





손 위를 떠난 작은 도토리

너의 씩씩한 발걸음에 먹먹해져 온다.

단단한 참나무가 되기 위한

세상을 향한 발걸음에

뜨거움을 끌어안고 응원하리.

아들 사랑해.



사진출처 : 피어라 작가님 필사(;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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