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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민 Mar 30. 2023

생일

주체 못 할 인복



"시후야, 오늘 무슨 날이야?"
"엄마생일."
"엄마는 시후 편지 받고 싶어."
"안 할 거야."
"너 박소연선생님한테는 써주면서 왜 엄마는 안 해줘."


발연기가 시작된다.

슬픈 척, 우는 척, 속상한 척 3종세트를 보여준다.

당황한 눈빛으로 지그시 나를 바라보던 아이는 툭 내뱉는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편지 쓸게.”     


마음 여린 아이는 자의 반, 타의 반. 고사리 손으로 꾹꾹 눌러 적는다.

그래도 엔딩은 자신의 속마음을 꼭 표현한다.

우리 시후 글쓰기의 트레이드 마크다.


그래도 내 생일이니, 나의 욕구대로 딸기 케이크를 샀다.(박시후 네가 다 먹었잖아.)





나와 남동생은 생일이 하루 차이다.

남동생은 27일, 난 28일.

전언에 의하면 같은 날 출산을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음에도 그 선택권은 남동생이 쥐고 태어났다.

그래서 우린 어릴 적부터 생일로 티격태격이었다.


하루 사이로 케이크를 두 개나 살 수 없었기에,

27일 또는 28일 중 하나를 골라 몰아서 생일 파티가 진행됐었다. 지난 생일을 되새겨보면 우린 케이크 앞에서 누군가 활짝 웃고 다른 이는 뾰로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서로 번갈아 가면서 말이다.


어릴 적 기억엔, 생일 일주일 전부터 즐거웠었다.

책상에 앉아, 공책에 빼곡히 적는다.

생일에 갖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먹고 싶었던 것.

그때의 어린 난, 여전히 끄적임을 좋아했었다.  

   

그리곤 언제부터였을까.

생일이란 것을 까마득히 잊고 살았다.

스쳐가는 하루 중, 유난히 날짜만 머리가 새겨지는 정도의 중요한 날이지 않았다.


특히, 아이가 생기며 유난히 더 그랬다.

어쩌면 내 생일을 아이가 더 좋아하는듯했다.

뽀로로 케이크를 먹는 날이니깐.

그렇게 보통의 날 초콜릿케이크를 먹는 정도의 이벤트가 있는 날이었다.

‘아, 28일. 생일이구나.’






2023년 3월 28일. 이번에는 다르다.     


평소와 다름없이 6시에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뒤꿈치를 살짝 추켜올리고 살금살금 걸어 거실로 나온다. 내 것인데 내 것이 아닌 듯 조심히 노트북을 꺼내 식탁 위에 놓는다.


하루의 시작을 잔잔한 피아노 연주로 울리고 책을 독서대에 올린다.

미라클모닝 인증을 위해 핸드폰 카톡을 여는 순간, 그 녀석은 내게 축하를 건넨다.


‘생일을 축하합니다.’

괜스레 쑥스러워 재빠르게 닫는다.

그리고 어제와 같은 오늘을 보낸다. 아이들과 티격태격 등교준비, 흐트러진 것들을 구시렁거리며 제자리로 정리한다.     


‘카톡’

‘카톡

‘카톡’     


유난히 카톡이 시끄럽다.

‘아 신경 쓰이네.’


청소에 집중할 수 없어 진동으로 바꾸려 핸드폰을 여는 순간, 줄을 세운 빨간 알림에 먹먹하다.


네모난 작은 창, 그들의 마음을 담은 짧은 편지.

유난히 마음이 뜨겁다.     


'당신이 건네준 마음,

꾹꾹 다져 깊이 간직하겠습니다.' 






친구가 보내준 케이크를 식탁 위에 놓는다.

나름 감성샷을 찍고 싶었다.

감사함을 몇 자 적어,

인스타에 이쁘게 올리고 싶었다.


눈앞 케이크에 두 녀석이 재빠르게 착석한다.

“내가 내가 촛불 끼울 거야!”

또 시작된 싸움에 반반 나눠 건넨다.

세월이 지나 늘어나는 초에 아이들이 신난다.

“다했어요. 불 해주세요!”     


딸기 한가득 올려진 새하얀 케이크.

거북선 마냥 가시 돋친 알록달록 초.

그중 절반의 초 머리 생크림에 꼭 박혀있다.


“박시후 너~”


우린 그렇게 또 웃는다.   

  



나를 잃지 말라고 곁을 내주는 당신.

덕분에 내가 삽니다.

카톡 생일 알림 기능 끄지 마세요.

다음에 가 챙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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