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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민 Apr 19. 2023

일타조력자

통합교육



초록색 프레임이 아려,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다.
어쩌면,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이니깐  




힘들었을 5교시를 무탈히 마친 아이를 위해 초콜릿을 가볍게 들고 초록색 교문만 주시한다.

삐, 하며 철문이 철컹하고 열리자마자 아이를 낚아채듯 차에 태워 끝없는 언어수업을 가야 한다.

오늘도 하교의 즐거움을 제공치 못한다.     


꼼꼼한 담임선생님은 오늘도 늦으신다. 다른 반

친구들이 먼저 뚜벅뚜벅 걸어 나온다. 그때 눈에

들어온 보통의 일상에, 먹먹해진 시선을 앞세운다.


아이들은 본인의 덩치보다 큰 책가방을 등에 메고 삼삼오오 모여든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서로의

어깨를 살짝 어루만지며 주고받는 즐거움에 꺄르륵이다.      


참새들의 지저처럼 짹짹거리는 달콤함과 입가에서 시작된 부드러운 미소가 얼굴에 퍼지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함께 웃고 있다.

그리고 이내 얼굴이 굳어진다.


내 아이가 즐길 수 없는 맛에, 겨웠기 때문이다.






“시후야 안녕. 잘 가.”     


한턱 아래 놀이터에서 같은 반 친구들이 큰소리로 부르짖는다. 반응 없는 시후가 행여 못 들었을까

싶어 더 큰소리, 더 많은 목소리로 건넨다.    

 

“시후야, 친구들이다. 시후도 인사하자.”
“안녕.”


무심한 목소리로 힘없는 손을 팔랑 인다.     

즐거운 하교시간, 활짝 웃는 얼굴로 엄마 품에 안기는 친구들과 달리, 주머니 속 마이쭈가 더 소중한 아이다.    

 

“이거 먹어도 돼요?”
“응 이젠 먹어도 돼.”  

   

주머니 속 말랑이는 마이쭈의 부드러움이 시후

마음을 대신한다.    

 

“누가 줬어?”
“여자친구가.”    

 

옆에서 선생님이 보태신다.


“우리 시후가 여자친구들에게 인기가 좋아요!”     


물론, 유치원을 다닐 적도 그러했다.

시후가 건네는 것에 비해, 친구들은 많은 것을 시후에게 주었다.


다소 일방적 상호작용임에도, 기다리고 속도를 맞춰줬던 친구들이 7세 마지막까지 그 모습을 유지했었다. 그 뭉클함이 가능했던 것은 ‘통합교육’이 존재했기에 그 찬란한 아름다움이 유지다고 본다.     


그 빛의 숨은 조력자는 선생님이셨다.

묘하게 나와 틀린 친구를,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이해시켰던 선생님이 옆에 계셨기에 아이는 풍요롭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다.          



지금도 그러하다. 18명 친구들 사이 우두커니 서있는 1명. 그 아이가 시후다.

그리고 친구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릴 때, 곁에서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담임선생님과 보조선생님이 계신다. 우리는 감사히도 통합교육의 큰 타이틀

안에 배려를 받고 있다. 덕분에 아이는 학교 가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는 중이다.     


통합교육(출처:네이버)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 혹은 일반 학생이 함께 생활하고 배움으로써 서로를 이해하고 편견 없이 상호 협조하면서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자 하는 교육환경






자폐스펙트럼 성향을 지닌 아이가 공교육 안에서 함께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예상치 못한 자극에 이따금 보통 이상의 고통으로 와닿는 순간.
감각 불균형으로 인한 추구를 하는 뇌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가 갖는 착석의 어려움.
의도치 않게 거르지 못하는 욕구 위주의 발언과 행동들.     


그럼에도 또래와 한 교실에서 융화할 수 있는 것은,

아이의 예민함과 불편함을 내 아이처럼 감싸고 보듬는 선생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지난 3년 시후 곁엔,

박소연 선생님과 강은혜 선생님이 계셨다.

그래서 졸업식 날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감사히도, 첫 단추를 어여쁘게 끼워 그 사랑을 여전히 이어가는 중이다.


그분들의 노고가 묵직함에도, 외부로 표해지지 않아 묻힘이 아쉬워, 감사함을 여기서 표하려 한다.


감사했습니다
 


불편함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 아이와 같은 삶이

언론 노출이 잦아졌다.

덕분에, 대중들의 시선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그러면서, 어쩌면 우리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즈음 어느 한 사회 공동체에 섞여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담아본다.


지난 마들유치원 해1반처럼.

지금의 1학년 1반처럼.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입니다.


불편한 그들 뒤에서 묵묵히 조력해 주시는 많은 분들께, 감사함을 대신 전합니다.


덕분에 아이가 웃습니다.



사진출처(제목)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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