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차단을 위한 부모의 마음가짐
저는 전업주부입니다. 가장이 외벌이로 일하고 있어요. 우리 아이들은 육아 우울증에 빠진 엄마 때문에 꼬꼬마 시절부터 티브이를 접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큰애 5살, 둘째 3살 때 처음으로 미디어 중독에 빠졌어요. 어린이집 하원하고 나서 또는 주말에 대여섯 시간은 티브이를 봤거든요. 아무것도 하기 싫었던 엄마는 아이들은 티브이 앞에 두고 무기력하게 누워만 있었지요.
그러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결심을 했습니다.
‘미디어를 완전 차단하자!’
(시간제한을 두고 보여주는 게 아니라, 단번에 끊어내며 절대로 티브이를 보여주지 않는 것입니다.)
이건 아이들만 막는다고 되는 건 아니었어요. 엄마 아빠도 손에서 핸드폰이랑 리모컨을 같이 놓아야 하는 일이니까요. (티브이를 안 보면 핸드폰을 달라고 할 수도 있지요.)
처음으로 미디어를 완전 차단했을 때.
3살 둘째는 울고불고 난리가 났습니다. 매일 아침 눈뜨기 시작하면 리모컨을 내놓으라고 괴성을 질렀어요. 하루 종일 두 아이는 티브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울었고 달래주면 눈물을 그쳤지만 금세 울곤 했습니다.
울지 않을 때까지, 더 이상 티브이를 보여달라고 말하지 않을 때까지 2주가 걸리더라고요.
그렇게 우리 집은 평화를 되찾았습니다.
미디어 완전 차단하기를 하면서 갖추어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말해보려고 합니다. 누구나 다 알고 있고, 실상 별 것 아니지만, 하루 24시간 쏟아부어야 하기에 굳은 의지가 필요할 수 있어요.
전업주부인데 아이들이 미디어에 중독되어 걱정이 된다면, 아래의 마음가짐을 갖고 미디어 완전 차단하기를 시작하길 바랍니다.
1.
엄마 아빠가 미디어 완전 차단하기를 결심했다면, 핸드폰과 티브이를 함께 끊어야 합니다. 인터넷과 손절해야지요. 웹툰과 웹소설이여 안녕~ 드라마, 예능프로그램, 게임에서도 점점~ 멀어지나 봐~~
보통 엄마는 각오가 되어 있어요. 엄마가 먼저 결심하니까요. 그리고 아이 아빠를 잘 설득해야 합니다!
살살 구슬리든, 협박을 하든, 눈물을 쏟든 간에 아빠의 손에서도 핸드폰을 놓고, 컴퓨터 방에 못 들어가게 해야 해요.
2.
하루 24시간을 아이에게 쏟아붓는다고 생각하고, 내 시간이 사라지는 걸 각오하셔야 해요. 미디어 차단은 방학과 같은 가정보육 기간에 많이 결심하게 됩니다. 하루 종일 집에만 있으니 미디어 노출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지요.
그게 싫어서 결심했다면 미디어 완전 차단이 성공할 때까지, 슬프지만 주양육자 (보통은 엄마)의 시간은 아이에게 헌납해야 해요.
아이 아빠는 처음에는 잘 도와주지 않으려고 할 수 있어요. 비협조적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일하고 퇴근했는데 왜 나도 희생해야 하냐?”
그러니 초반에는 ‘내가 내 아이를 지켜내리오!’라고 생각하며 미디어를 차단하세요. 누구의 도움도 없이 홀로 외로이 성공의 길로 도전!
3.
그래서 중요한 게 엄마의 건강이에요. 혹시나 육아 우울증이 있다면 주변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아서 그걸 먼저 해결하시는 게 좋아요. (유경험자입니다..)
내 체력이 약한 것 같다 싶으면 아이들과 함께하며 틈틈이 힘을 길러둬야 해요. 체력이 떨어지면 정신력도 무너져요.
나와 남편의 사이가 안 좋아져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을 때, 아이가 사소한 실수를 해도 엄마는 날카로워집니다. 그러면 안 되겠지요.
4.
가장 중요한 건 미디어 차단하기 기간 중에는, 아이에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지 않는 것이에요. 그래서 엄마의 정신 건강이 중요해요. 하루 종일 아이랑 놀아주다 보면 평소에도 힘들지만, 미디어 완전 차단은 목적의식이 있다 보니 더더욱 지쳐요.
그리고 미디어 차단 중에는 아이가 엄마에게 집중하는 게 높아집니다. 기민하게 관찰하고 있어요. 이런 상태에서 엄마가 감정적으로 아이에게 대하면 아이가 더 예민하게 받아들여요.
미디어 차단하기 기간 동안 남편이랑 사이가 틀어지면 아이에게 화살이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마인드 컨트롤하여 천사표가 되도록 노력해야 해요.
처음 미디어 완전 차단하기를 했을 때, 아이들이 과연 버텨낼 수 있을까 싶었는데요. 아이들은 생각보다 적응 잘해요.
엄마 아빠의 의지가 강하면 아이들도 곧 따라옵니다. 아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