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완전 차단하기, 그 두 번째 시간.
- 5살, 7살이 되었을 때
3살, 5살 아이들에게 처음으로 미디어 완전 차단을 시작했었습니다. 아이들이 티브이를 안 보고 사니 고요하고 평화로웠던 집,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거실에서는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그것은 핸드폰 속 유튜브의 세계가 만들어냈습니다. 교육용 동영상이 나쁜 게 아니에요. 하지만 아이들 손에 핸드폰을 맡기고, 아이가 직접 콘텐츠를 골라보기 시작하면서 망하는 길로 들어섰습니다.
7살, 5살 아이들은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콘텐츠의 거대한 흐름에 휩쓸려 다녔어요. 이게 가능했던 건 게으른 엄마가 다시 유튜브에 아이들을 방치했기 때문이에요. 처음에는 아이들 옆에서 찰싹 붙어서 같이 봤는데, 애들이 하도 집중하면서 보니까 그 옆에서 엄마는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하고 놀기 시작합니다. 세상 재밌습니다. 다 같이 핸드폰을 하고 있는 대환장 파티~~~
주말 내내 각자 유튜브만 보고 있는 어린양들을 보고 있자니 양심이 콱콱 찔려서, 올해 1월 초에 다시 미디어 완전 차단을 시작했어요.
그전에 하루에 한 시간만 보여주기 식으로 시간제한을 두었습니다. 하지만 엄마 아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미디어를 보여주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규칙이 어그러졌어요. 이 방법은 우리 집에서는 실패했습니다. 결국 두 번째로 미디어를 완전 차단했습니다. 이번에는 티브이와 핸드폰 유튜브를 함께 차단합니다.
7살과 5살이라 안 보여준다고 울고불고는 안 해요. 하지만 머릿속에 잔상은 아주 강렬하게 남아있나 봐요. 계속 생각난다고 말했어요.
“자꾸 보고 싶은 생각이 들면 엄마에게 말해. 엄마가 계속 안아주고 많이 놀아줄게.”
아이들에게 말을 해줬어요. 잘 구슬리고 달래면서 생각나지 않게 해야겠다 싶었거든요.
처음에는 장난감의 도움을 받았는데, 그새 쬐끔 더 컸다고 이번에는 그림책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병풍 같았던 책장 속 그림책들을 꺼내기 시작합니다. 일주일에 한 권도 겨우 읽었던 아이들이 하루에 대여섯 권씩 읽어달라고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큰 아이가 말했어요.
“엄마, 나 자꾸 (동영상) 보고 싶은 생각이 나요.”
“그래? 그럼 엄마가 놀아줄게. 뭐하고 놀까?”
“아니요. 보고 싶은 생각이 난다고요.”
“어?? 자꾸 보고 싶어? 엄마랑 노는 것보다 그거 보는 게 더 좋은 거니?”
“아니요. 안아달라고요.”
그 순간 깨달았어요 아이들에게 보고 싶은 생각이 난다는 말을 들으면 제가 안아주면서 엄마랑 재밌는 다른 놀이 해보자고, 잘 참아줘서 고맙다고 그랬었거든요. 우리 아이들은 엄마에게 계속 안기는 게 좋았던 거예요. 엄마 사랑이 고팠나 봐요.
두 번째로 미디어 완전 차단을 시작했던 시기는 아이들의 어린이집 겨울방학 때였습니다. 일주일 정도 어린이집을 못 가는 상황에서 미디어 차단을 하려니 저도 힘들어서 몸부림쳤어요. 하루 종일 핸드폰 안 보고 살려니 금단증상 옵니다. 손이 덜덜덜 떨리고 핸드폰 진동만 느껴져도 뭐가 왔는지 보고 싶어서 신경이 쏠렸어요. 그래도 아이들을 위해 저도 참을 수밖에 없었어요.
애들이 저랑 놀면서 표정이 좋아졌어요. 처음에 차단했을 때보다 더 빨리 안보는 것에 적응했고요. 더 난리 칠 줄 알았는데, 올해 1월 한겨울에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대부분 꼼짝없이 집에 갇혀 있어야 해서 걱정이었는데요. 엄마 아빠가 아이들에게 집중해줘서 그런지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 잘 느껴졌어요.
미디어는 끊는 게 아니라 참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건 결국 부모의 의지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네요.
그리고 올여름에 저는 미디어 완전 차단하기를 세 번째로 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