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해슬 Aug 20. 2021

혼자서는 책을 못 읽어요

나에게 맞는 독서 방법 찾기



지역 맘카페에서 같이 책을 읽고 싶은 사람들을 모집해서 책을 읽기 시작한 지 어느덧 3주, 드디어 책 한 권을 완독 했다.





그동안 아이 둘을 키우며 책이라고는 그림책이랑 육아서밖에 읽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나 자신이 사라지는 것 같아서 나를 찾고 싶어졌다. 세상의 중심을 아이나 남편이 아니라 나로 두기 위해 처음으로 한 일은 바로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기였다.



아이를 위한 책이 아니라 나를 위한  읽기. 하지만 대학생 때도 제대로 읽어본  없는 책을 읽으려니 마음처럼 책장이 휙휙 넘어가지 않았다. 이런 나를 위한 첫 번째 처방은 바로 서평 이벤트를 통해서 책을 신청하기였다.


서평 이벤트로 책을 받으면 이는 출판사와의 약속이므로 반드시 책을 완독하고 서평을 써야 한다. 그렇게 숙제하듯이 책읽기를 시작했다. 정해진 기간 내에 책을 끝내야 하는 게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계속 서평 이벤트를 신청하면서 나에게 압박을 주니 점점 기간 안에 책 읽기가 익숙해졌다.




혼자서 책을  읽는 나를 위한 두 번째 방법은 독서 모임에 들어가기였다. 책을 읽으면서 다른 이와 생각을 나누고 싶어졌다. 나를  부분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건 여러 사람이 모여야만 가능한 것이라 곧바로 온라인 독서 모임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내가 읽을 만한 책을 선정하였는지, 모임 회비는 내가 지불할 만한 수준인지, 독서 기간은 적정한지, 책을 읽은 것을 인증하는 방식은 어떠한지 따져봤다.


나에게 맞는 방법은 아주 저렴한 회비에 내가 도전할 만한 분야의 책을 선정하였고, 정해진 분량을 읽고 매일 인증을 올리는 방식이었다. 인증을 딱히 요구하지 않는 모임을 겪어보니 하루는 읽고, 며칠은 건너뛰고, 그러다 막판에 몰아읽기하게 되었다.  방법은 책읽기 초보자에겐 좌절감만 안겨주는 방법이라 눈물을 머금고 포기하였다. 좀 더 레벨업 하면 도전하리오.




그러다 우리 집 책장에서 먼지만 쌓여가는 장식용 책들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책이 좋다고 해서   주고  책들이다. 그리고  아이들을 언제든 읽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언제가 언제일지 기약할  없었다. 주인 손에 간택되기만을 기다리는 책장  아이들을 그저 두고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세 번째 방법은 내가 리더가 되어 독서 모임을 꾸리는 것이었다.


독서 토론 모임을 한다고 하면 참 좋으련만, 아직 책 읽기 1년 차밖에 안 되었다. 그것은 내 깜냥이 아니다. 토론이 이루어질 정도로 활발한 의견 교환을 나누려면 내 생각의 깊이가 깊어야 하는데, 상꼬맹이 독서가에겐 아직 무리다.


내가 감당할  있는 그릇 안에서   있는 방법은 리더가 되어 내가 원하는 책을 정해두고, 소수의 사람들을 모집해서  방식으로 독서 모임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비용도 들지 않고, 원하는 책을 선택하며, 리더도 참여자가 되어 내가 정한 기간 내에   권을 완독 할  있다.  입맛에 맞는 맞춤형 독서 모임을 꾸려서 처음으로 운영해 보았고,  모임이 이제 끝났다.   







책읽기 1 , 평균적으로  주에 2 정도 읽었지만, 돌이켜보면 1 동안 읽은 책이 100권도   된다. 그것도 에세이와 작법서, 그림책 위주로 한정되어 있다. 그래도 분야는 편중되었을망정 나이 마흔 가까이 되는 시간을 통틀어 읽은 책보다 지난 1년간 읽은 책이  많으니  또한 대단한 발전이다.



무엇보다 이게 가능했던  나에게 맞는 독서 방법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남들처럼 여러 권을 동시에 읽지도 못하고, 관련 서적을 찾아가며 읽지도 못한다. 역사나 철학 같은 일명 벽돌책은 책장에 꽂아두는 맛으로 사고, 경제 분야는 저축도 못하고 사는 외벌이 가정이라 오히려 허세 부리는 느낌이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겨우 한발 나갔을 뿐이다. 하지만 언제나 시작이 중요하니까. 생각만 하다가 실천하지 못하고 10년 뒤에도 후회만 하느니, 이렇게라도 책읽기 1년 차로 살아온 게 어디냐.

앞으로 나의 독서 방법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 방법을 유지할지 다른 방법을 찾을지. 2년 차, 3년 차, 5년 차가 되면 뒤를 돌아봤을 때 과연 어떤 독서 방법을 이야기할지 궁금해진다.



혼자서 읽지 못한다 해도, 아직은 어딘가에나 누군가에 기대서 읽어야만 하더라도, 나는 지금도 꾸준하게 책읽기를 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프냐, 나만 아프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