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동화 한 편 써주세요
꼬맹이 아이들을 위해 동화를 쓰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한 번도 써본 적 없어서 이론서만 읽고 있지만, 언젠가 짧은 단편이라도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을 내고 싶다. 독립 출판이라는 것도 있으니까 ^^
기차 덕후인 7살 큰애가 도통 잠을 자려고 하지 않아서 억지로 눕히기를 포기하고 거실로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 아이와 대화를 통해 아이가 꿈꾸는 이야기가 뭔지 끄집어내고 싶어졌다. 맞춤형 동화를 쓴다면 더 좋아할 테니 말이다.
“엄마가 동화를 쓴다면 밤톨이(큰 아이 애칭)는 기차를 운행하는 기관사가 되고 싶어? 아니면 기차로 변하고 싶어?”
“음.. 난 기차가 될래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말을 하는 꼬맹이는 자신의 머릿속에 담고 있는 온갖 기차 지식을 다 풀어냈다. 아이의 말을 들으면서 동화에 대해 계속 구상했다.
우리 집엔 꼬맹이가 두 명이니 동화 속 등장인물도 최소 두 명은 되어야 한다. 한 사람을 위한 동화를 쓰면 남은 한 사람이 섭섭해하겠지.
“그럼 밤톨아, 그 기차에 아기 티라노를 태워도 될까?”
“네. 엄마 티라노랑 같이 타는 거예요.”
5살 둘째의 최애템이 티라노 공룡이다. 3살부터 좋아해서 둘째가 말을 할 때에는 이야기 속에 티라노 공룡이 반드시 등장한다. 기승전 공룡인 것이다.
형아는 아기 티라노 혼자서만 기차를 타게 하지는 않았다. 기특하게도 엄마도 같이 타게 해 준다. 밤톨이의 이야기 설정에서 아빠는 일하러 갔다. ^^
10분만 이야기하고 재우려던 아이와의 대화는 어느새 30분을 훌쩍 넘겼다. 아, 이런.. 신나게 말하는 아이를 보고 있으니 절로 힐링이 된다. 아이의 웃음은 엄마의 엔도르핀이다.
“엄마, 꼭 동화 만들어 주세요!”
“이게 뚝딱 써지는 건 아니지만, 엄마가 열심히 생각할게. 이 이야기는 엄마가 써도 밤톨이 머릿속에서 나온 거니까 밤톨이가 만든 동화나 마찬가지야.”
아이와 동화를 쓰겠다는 약속을 했다. 완료 시점은 기약할 수 없지만, 어쨌든 시작하기로 했으니, 아이가 오늘을 잊어버리기 전까지는 잘 기억하고 있다가 때때로 나를 채근하겠지? 그러다 보면 나도 언젠가는 펜을 쥐고 노트에 동화 구성을 시작할 수 있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