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식지 않는 코코아 한 잔

겨울맞이 감성 에세이

by 가야금 하는 희원

해가 지는 그 시차에서 따뜻한 겨울을 만났다.

기온이 차가워지고 눈이 내리는 겨울이 찾아올 때면 해가 어둠을 마주하는 속도가 제법 빨라진다.

아쉽지만,

늦게까지 하늘과 햇빛놀이 하고 싶어 하는 마음도 겨울엔 끝내 접어야 한다.

그 대신 달빛의 이곳저곳을 보며 밤의 촉각을 온 마음 다해 느낄 때면 포근한 이불속만큼 아늑하다.


난 겨울만 되면

몽글몽글한 구름 같은 이불에서

노란 귤 까먹으며 단란함을 한 움큼 퍼먹고 싶은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겨울을 반긴다.

나는 잠시 서랍장에 넣어 놓은 기억 하나를 꺼내는 것으로 겨울을 마주한다.

바로 그 기억은

어릴 적, 엄마께서 고운 손으로 휘적거리며 타주시던 '따뜻한 코코아 한 잔'에 대한 기억이다.


슈퍼에 파는 코코아에 우연히 마시멜로우가 하나 들어있을 때면

그때부터 우리 모녀의 속임수 마술은 시작된다.

일단, 나는 누가 봐도 잔뜩 티가 나는 뽀얀 마시멜로우를 못 본 척하기 시작한다.

이때 난 내심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다.

그리고는 곁눈질로 엄마의 표정을 볼 때면 이미 엄마의 입꼬리는

근질거린다.


곧 있으면 마시멜로우는 몸에 좋지 않다는 그 말이 자연스럽게 엄마의 옅은 호흡과 함께 나올 것 같다.

불안감에 엄습해진 나는 그 간질거림이 엄마의 말로 전해질 세라

얼른 마시멜로우 하나를 입 안에 털어 넣는다.

코코아와 마시멜로우의 조화는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겨울의 매서운 추위에 토라진 내 마음이 눈사람이 녹 듯 스르르 녹기 시작한다.

그렇게 마시멜로우와의 몰래 한 사랑 (?)은 성공적이었다.

어떤 음식이든 몰래 먹으면 당도량이 올라가나 보다.


어찌나 맛있던지 들킬 듯 들키지 않는 쫄깃함과 함께

여전히 나에겐 식지 않는 따뜻한 코코아로 남아있다.


시간이 흘러 이 엉뚱하고 귀여웠던 소녀는 이제 척척 코코아를 타먹을 수 있는,

커피를 2, 3잔 마셔도 이상하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


나는 이래서 겨울이 좋다.

적절히 차가운 냉기가 추억을 회상하게 만들고, 겨

울이기에 느낄 수 있는 뭉근함이 나를 참 행복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난히도 난 이 계절이 품고 있는 추억의 책갈피가 많다.

어쩌면 이렇게 추억을 회상하는 게

혹독하고도 차가운 온도를 감내하는 나만의 취미 생활일 수도.


겨울나기 하기 딱 좋은 취미 생활이 있다는 게 감사해지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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