뻣뻣하게 굳은 시간,
우리에게 필요한 건 기다림

햇살은 귀엽지만, 심장은 콩닥

by 가야금 하는 희원

오늘은 어렴풋이 햇살이 귀엽게 다가오는 그런 날이다.

실기 시험날이라 그런가.

왜인지 오늘만큼은 변함없이 나를 지켜주는 하늘에 어리광 피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심장 박동수가 공기의 미세한 떨림 보다 더 짙어질 때 즈음

안 떨리는 척하면서도 무지막하게 떨리는 건 어쩔 수 없다.

만약 공기에 색깔이 있다면 호흡을 달래느라 내쉰 나의 숨 때문에

온 세상이 뽀얗게 변했을지도 모른다.


공연이나 시험이 있는 날은 시간이 어쩜 그렇게 잘 가는지 모르겠다.

마치 시계에 빨리 감기 버튼이라도 있는 것처럼

쏜살같이 흘러간다.


연주하다가 배에서 소리 나면 안되니까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좋은 컨디션을 위해 따뜻한 물을 마신다.

이 날 아침은 시끌벅적한 목소리를 낮추고

그 말들이 내 음악에 새어 나올까 봐 말 수를 줄인다.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 아침부터 긴장했을 나를 위해 고칼로리의 초콜릿을 먹어준다.

시간이 흘러 내 차례가 다가오고

그동안 연습해 온 곡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아뿔싸,

연습했을 때보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평소 같으면 자연스럽게 연주했을 부분을

마치 피노키오처럼 뚝딱거렸다.


그렇게 내 촉촉했던 시간은 딱딱한 바케트 빵처럼 굳어갔다.

점점 몸도 함께 경직되어 갔다.


집으로 돌아와 다시 부드러워진 시간의 지평선에서

그 순간을 돌아보게 되었다.

보통 공연이나 시험을 마치고 오면 일기를 쓰는 습관이 있어서

일기를 쓰게 되었고, 나는 가장 중요한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 내가 원하는 소리를 내기 위해 모든 것을 힘으로 해결하려고 했구나'


물론 어느 정도의 힘을 사용해서 연주해야 하는 것도 맞지만,

지나치게 힘만 있으면 아마 그 음악은 석고상처럼 뻣뻣해질 것이다.

이때 나에게 필요한 건 '기다림'이었다.

꾸준히 갈고닦아 만들어진 공력이 자연스럽게 그 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말이다.

인내의 시간이 필요했음을 알게 된 나는

모든 것을 힘으로 하기보다는

내가 힘을 줘야 하는 부분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난 이 경험을 통해

한 가지의 생각 전환으로 굳은 시간을 유연하게 바꾸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이는 꼭 악기 연습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것에서 모든 에너지를 한 번에 쏟아붓는 것이 아니라

기다렸다가 가장 필요한 지점에 적절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자세

그리고 마치 줄타기하듯 자신의 중심을 유연하게 이동하는 것


그것이 우리 인간이 오랫동안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모두가 현명하게 에너지를 사용하는 그날까지

진심을 다해 응원하며 글을 마친다.


작가의 이전글쿠키가 인생의 힌트를 가져다 준 기묘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