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처음처럼 가야금 사랑하기
"너에게는 평범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것이 될 수 있어"
오랜만에 만난 언니가 나에게 해주었던 말,
그 말을 들은 순간,
마치 잔잔한 연못에 한 가지 예쁜 조약돌을 던진 듯
큰 울림이 되었고 잊지 못할 잔향을 남겼다.
행여나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불안, 초조해하던 내 모습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일까 의심했던 지난날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부끄러움을 느꼈다.
물론, 이 감정을 마주하는 사람은 그럴 수 있다.
늘 익숙하게 마주하는 감정이라
괜히 심술이 날 수도 있고, 권태로움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바꿔보면
아무리 조급함, 불안감, 우울함이어도
누군가에는 부러운 감정일 수도
오랫동안 숨겨놓았던 진심을 마주하게 되는 버튼이 될 수도 있다.
참, 삶이란 게 그렇다.
때론 좁은 터널을 건너듯 나 자신에게 갇힐 때도
온 세상이 내 편인 듯
나를 반길 때도 있는 것 같다.
내가 가야금을 하면서
가장 마음이 울컥하면서 감사함을 느끼는 순간은
바로 '누군가에게 가야금 연주를 들려줄 때'이다.
물론,
내가 그동안 열심히 해온 음악을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어서도 맞지만,
나에게는 보통의 순간이 그들에겐 특별한 순간임을 충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연주 전 가야금을 조율만 해도 뜯기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감동에 젖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때 난 겸허해지고 숙연해진다.
그때만큼은 연습이 잘 안 된다고 가야금을 잠시 미워했던 순간,
악보 외우기 어렵다고 툴툴거리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그 순간이 참 감사해진다.
이렇게 내 음악과 사람이 마주하는 시간들이 많아지면서
나는 점점 많은 생각들이 바뀌었다.
솔직히 어린 시절에는
그저 예쁘게 화장하고 고운 한복을 입고 내 음악을 연주할 수 있었기 때문에 무대에 서는 것을 좋아했다.
(유치원 다닐 때부터 꼭 악기가 아니더라도 노래 부르고 춤추는 것을 매우 좋아했던 '김희원'에게는 당연지사였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관객들과 마주하면서
난
비로소 가야금으로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방법을 배웠다.
어떻게 다가가야 많은 사람들과 진하게 소통할 수 있을까?
어떤 음악을 연주하여야 관객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을까? 등등
나에게 여러 물음표를 던지면서
무대에 서는 '나' 뿐만 아니라 그 무대를 보는 관객까지도 품게 되었다.
사실
아직까지도
관객분들을 품는 방법,
훨씬 더 따듯하고 친근하게 다가가는 방법을
끊임없이 배우고
끊임없이 알아가고 있다
여기서 확실한 건
어떤 화려한 비법도 전략도 없었다.
음악과 무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그 사랑이 '나'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까지도 한 아름 품을 수 있는 연주자,
이렇게 사랑 가득한 연주자가
어쩌면
가장 행복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