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연주로 크리스마스를 보낸 가야금 연주자
여러분의 아름다운 크리스마스를 축복합니다
기념일을 축하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존재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베이커리에서 딸기 케이크를 구입하고 촛불을 끄면서 파티하기
낭만적이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노을을 배경 삼아 맛있는 파스타 먹기 등등
예쁜 겨울 한 움큼을 담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이 총출동하곤 하죠!
이때 '가야금 하는 희원'은 나만의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머리를 굴려 봅니다.
그때 번뜩 한 가지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됩니다.
크리스마스 당일,
새벽의 차가운 공기를 채울 나의 이야기 조각을 가야금으로 표현해 보자고 말입니다.
눈이 소복소복 내리는 날, 그 겨울의 크리스마스를 가야금에 가득 담고 싶었습니다.
새벽 7시 30분,
아산에 살고 있는 저는 악기를 들고 집 근처 아름다운 신정호로 향하게 됩니다.
하늘엔 태양의 여음이 잔잔히 흐르고 있고
예쁘게 쌓인 눈은 추운 기온마저 망각하게 만듭니다.
촬영 구도를 잡고 악기의 위치를 정한 후 연주 전 겸허하게 호수를 마주합니다.
심호흡을 한 채
가만히 무질서하게 떠오르는 생각 조각들에 차분한 이불을 덮어줍니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 생각들은 자연과 그 순간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정갈해진 마음은 땅을 향해 자연스럽게 툭 떨어진 호흡을 수면 위로 등장시킵니다.
그렇게 전 손이 향하는 그 길 그대로
떠오르는 감각과 선율에 몸을 맡기며 연주를 시작합니다.
즉흥으로 연주를 하다 보면,
처음에는 혼란스러워하던 조각들이 점점 본연의 나와 만나며
함께 음악으로 동행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 순간을 만났을 때 저는 오히려 평정심을 유지하며
페이지를 하나하나 펼치듯, 저만의 이야기를 풀어나가 봅니다
조금 서툴러도 투박해도 그 선율을 따라가다 보면, 내 길이 빛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때만큼은 어둠 속 빛의 한 줄기를 만난 듯 행복하고 짜릿하죠.
오늘은 기적처럼 새가 지저귀는 소리, 물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소리 등
자연의 소리가 제 음악의 세계에 놀러 왔습니다.
감사하게도 저의 새벽의 부지런함에 감동하였나 봅니다.
자연이 음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던 황홀한 순간이었습니다.
연주를 마치고, 고요함으로 돌아올 때
전 마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느낌이 들었습니다.
자유롭게 음악 속에서 노닐다가 현재의 순간에 돌아온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했습니다.
사실 오늘 제가 연주를 하면서 집중했던 감정은 연결과 맞닿아있는 감정이었습니다.
제 소중한 사람들과의 연결, 외면과 내면의 나와의 연결,
그 연결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며 그 순간을 뜨겁게 맞이하였습니다.
(이 연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브런치 스토리 '우린 언제나 연결되어 있다'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편지로 때론 일기로 본연의 나를 마주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음악으로도 나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치 명상을 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처럼 저는 오늘 하루를 역동적인 명상으로 가득 채워봅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크리스마스를 보냈는지 궁금합니다.
오늘의 순간을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게 보내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해피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