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바다 에세이
# scene 1.
눈 비비며 내린 겨울 바다 앞에 설 때면
의기소침해진 바다는 나에게서 하품을 부른다.
바다의 산소를 훌쩍 마시고 나면
비로소 그들의 계절 소리를 귀 기울이게 되는 건 왜일까?
그렇게 난 카메라를 꺼내 그들을 담아본다.
꼭 가야금으로 바로 연주하지 않더라도
눈을 도화지 삼아 '바다'를 그릴 때
잔잔한 음표가 피시식 나오는 순간도 있기 마련이니까.
# scene 2.
자세히 본다. 바다를
그리고 자세히 보인다.
바다가 입고 있는 줄무늬 티셔츠가.
세월의 흔적이 또는
바람이 지나간 자리가 만들어낸 잔물결이
바다를 우주로 만들기도 하고
때론 줄무늬를 입은 명랑한 소년으로 만들기도 한다.
어떤 모습으로 보이든 어떻게 들리든
바다는 수식어 없이도 자연과의 어울림 속을 걷다 보면
이미 자신의 존재 자체가
'소년'이 되기도
'우주'가 되기도
'패션니스트'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놀라운 건 사람도 마찬가지
사람이 되기 이전에 '바다'를
바다가 되기 이전에 '사람'을
그리고 '자연'을 사랑할 준비가 되었다면
그 누구든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오늘도 난 바다를 배운다.
비로소
'사람'을
'사랑'을 배울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