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끄적여보는 사랑 이야기
공기의 흐름이 나를 둘러싸고
눈꺼풀에 맺힌 그의 실루엣이 잡힐 듯 말 듯 잡히지 않을 때
나는 조용히 새벽을 읊조렸다.
당신이라고 믿었던 달이 그 길을 헤맬 때면
나는 그의 이정표가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사실 사계절이 지나도록 새겼던 그를 향한 마음이
달을 향해 울부짖을 때면 온 세상엔 그 여음이 흩뿌려진다.
해의 여음도
달의 여음도 결국 사람의 소리로 울려 퍼질 테지만,
오래전부터 새벽을 연모해 왔던 내가
그 빛이 온전히 느껴지는 쪽으로 마음이 향하는 건 어쩔 수 없다.
구름 한 점, 흐트러짐 없이 여실히 그대를 그릴 때는
사실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을
내 일기 속에 그의 일기 속에
여러 번 끄적이다 보면 운명이라는 이름을 가진 기적을 만난다.
비로소 그 기적이 내 용기가 맞았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내 사랑에도 이름이 생긴다.
삶을 살아가면서도 그렇지만
특히 내 사랑에 이름이 생기면 기분이 참 향기로워진다.
연결의 부재로 스쳐 지나갔지만,
그 수백 번의 만남 끝에 드디어 '우리'라는 이름을 붙여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럴 때면 괜히 이름표를 다시 한번 더 들여다보기도 하고
톡톡 두드려보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몽글몽글한 웃음코드가 될 수 있다.
이런 수많은 이야기를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너무도 감사한 이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