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감성 에세이
노을이 비어있길래 슬쩍 채워 넣었다.
며칠 전만 해도 가득 차 있던 하늘에 누가 입김을 불어넣었는지
한쪽에 조그맣게 구멍이 생겼다.
이쪽 방향에서 하늘을 보고 있어서일까?
아니면 그냥 무엇인가 건드려보고 싶은 나의 작은 투정일까?
어떤 이유에서든 발그레해진 내 볼로 그 여백을 채울 수 있었던 건 사실이다.
부끄러움을 느끼거나 어떤 것에 열정을 쏟으면 붉어지는
두 뺨을 긁적이다 문뜩 한 가지의 추억이 떠올랐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좋아하는 남자아이에게 편지를 썼던 추억,
몇 번을 망설이다가 괜히 책상에 툭 놓고 간 기억
마지막엔 안절부절 거리는 내 손
아마 초등학교 2학년 인가 그랬을 것이다.
물론 첫사랑을 귀엽게 끄적이던 손으로 지금은 가야금을 연주하지만 말이다.
그 귀여운 추억이 이젠 음악의 음표로 등장하는 게 낯설지 않은 요즘,
오랫동안 내 이야기를 음표로 등장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서 풋풋했던 내 첫사랑을 괜히 들여다보기도 하였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내 첫사랑을 만났을 때
그가 첫사랑임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저 스며들기 좋은 온도임을
애쓰지 않아도 농도가 짙어지고 있음을 느낄 뿐
그냥 너무나도 잘 맞고 대화가 잘 통하는 친구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은은한 스며듦이 무서운 법일까?
나는 나도 모르게 그를 좋아하고 있었고 어느새 일상을 함께 하게 되었다
그를 만나면 시간을 반으로 접은 듯 빠르게 시간이 흘렀고
내 웃음 또한 가장 나 다운 깊이를 가질 수 있었다.
좋아하기 시작하면 글의 영감이 마구 떠오르는 나는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낼 때면 자연스럽게 글의 양도 늘어났다.
그저 닮음과 운명을 낭만이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증명이라도 하듯
행복한 나날들이 이어졌다.
물론 지금은 과거이지만,
가끔은 생생한 현재로 꺼내볼 수 있는 첫사랑이 나에게 있다는 것이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모든 것이 내 생각대로 흘러갈 수는 없지만
인생을 감성으로 채울 수 있는 시간이 존재하였기 때문에
지금의 나도 있는 것이 아닐까?
글을 읽는 여러분도
마음껏 사랑하고 또 사랑하면서
자신의 감성을 채우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