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감성 에세이
시간의 미세한 떨림이 나의 얼어붙은 숨결을 사르르 녹인다.
꼭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 그런 사람이 있다.
존재하는 건 '그저 함께 있다'는 사실뿐인데
그 사실만으로도 단조로웠던 내 시간에 섬세한 진동이 느껴진다.
평소 무감각했던 감각들이 새초롬하게 자기 역할을 다하는 모습을 볼 때면
난 어김없이 하는 일이 있다.
바로 그 일은 선선한 바람이 빛처럼 번졌던 그 오후를 떠올리는 것이다.
아마도 예리해진 감각들이 내 추억의 골목대장인 '그 시간'을 깨우나 보다.
물론 때에 따라 그 오후가 깜깜한 저녁이 되기도 하고
모른 척한 나머지, 주인이 없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 감각을
그리고 감각에 끌려오는 추억을 잊을 수 없는 건
아마 그 향기를 언젠가 음악에 담아보고 싶은 꿈이 있어서가 아닐까?
그래서 난 인연 자체로도 의미를 두지만
인연에 따라오는 색채를 기억하려고 하는 편이다.
내가 어떤 시간대에 머물렀는지 , 어느 계절이었는지에 따라
붉은색이 되기도 하고 시원한 하늘색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인연의 팔레트는
나의 깊어진 인연의 깊이로 모든 것을 말해준다.
지금 내 인연의 팔레트에 있는 사람
그리고 미래에 내 팔레트를 채울 사람들을 위해
나는 오늘도 '나'라는 사람을 예쁘게 채워나간다.
우선은 내가 이로운 사람이어야
아리따운 색상의 인연이 나타날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