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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야금 하는 희원 Jan 11. 2024

나의 호수를 소개합니다.

호흡 관련 감성 에세이 

연습 전,

난 헝클어진 생각 조각을 

다리미 펴듯이 다듬는다. 


'후.... 오늘따라 오른쪽 호흡이 살짝 상기되어 있다.' 

오른쪽이 태양이 뜨는 뱡향이라 그런가 

날씨가 좋은 건 어떻게 알고,,

그리하여 난 차분한 달빛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떠있는 호흡을 가라앉힌다. 


''흠 그렇지, 이제 연습하기에 적절한 호흡의 높이가 완성되었다"

난 언제부터인가 연습 전 호흡을 살펴보고 연습에 임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이름하여 내 마음속 호수가 생긴 것이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거나 힘든 일이 있는 날에는 유독 머리와 마음속이 탁하고 

나의 호수조차 희미해져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계절이 부르는 밝은 호흡이 존재하는 시점에는 

나의 연습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의 진가를 발견하곤 한다. 


그렇게 경건한 마음으로 호흡을 가다듬고, 

가야금이 외로이 느꼈을 밤의 틈 사이를 어루만지며 

오늘의 순간을 톡 떨어트린다. 


손의 움직임에 감정이 지나치게 동행하다 보면 

소리가 마치 물에 빠진 솜처럼 울렁거리고 부자연스럽다. 


야속하게도 울렁거리는 여음 속에서 멀미를 하다 보면 

시간은 더 빨리 지나있다. 


그러니 내가 내 마음속의 호수를 자주 들여다보는 수밖에 없는 것도 그 이유이다. 

호수 속 피어나는 내 음악이 적어도 멀미 나는 음악이 아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결국 내 마음속 흐름도, 음악도 

모두 저마다의 물결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 물결이 비가 내리는 바다처럼 소란스러울 수도 

안개 낀 호수 같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어떤 물결이어도 근원은 나 자신이기 때문에 

이 또한 받아들일 여유가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자신의 물결을 관찰하며 

그 안에 달도 태양도 계절도 담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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