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을 끄적였던 날, 난 우연히 고래를 봤다
소리가 울리길래 그쪽으로 가봤다.
예전에 내가 넣어놓은 고래 울음소리가 계절 안에 잊히다가,
'망각'의 의미보다 더 잊힐 때즈음 메아리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이 울음소리의 정체는
사랑하기를 미루고 미뤘던 ' 내면 속 아이'이다.
거대하고도 웅장해서
차라리 미루는 게 속 편했던 내 모습
하지만,
우연이 스치고 간 생각이
비로소 나를 멈춰 세웠고 급기야 나를 울렸다.
그 울림의 앙금이 얼마나 딱딱하던지
유연함이라는 단어가 통용되지 않은 세계에 살고 있는 눈물 같았다.
그러나, 지금 마주하고 있지 않은가
시들었던 눈물이 사실은 가장 절실히도 살고 싶었던 것 같다
딱딱함에 금이 가고 눈물의 액체를 조금씩 채우기 시작할 땐
난 오히려 차분했다.
온 바닥이 액체들로 흥건해지고 바다가 되더라도
손수 닦을 준비가 되어있던 터라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잠시 바라봤다
휴,, 그래, 나도 솔직한 눈물이 부담스럽지 않을 나이가 되었구나
휴,, 그래, 온통 알 수 없는 존재로 꽉 차있었던 내 눈물샘에도 여유가 찾아왔구나
그렇다.
우린 웃지 않아도 울 수 있고
웃어도 울 수 있는 존재였다.
보통의 하루라서 평범을 끄적였던 날,
난 고래 울음소리를 마주했고
시간이 흐른 지금 이 순간엔 진짜 나를 마주하고 있다.
이 글을 보는 누군가도
마음 편하게 마음껏 울어봤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