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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야금 하는 희원 Jan 18. 2024

노란 빛이 나는 방엔,
두개의 서랍장이 있었다.

내 첫 번째 서랍에는 내 겨울바다가 

내 두 번째 서랍에는 그대를 그리기 딱 좋은 스케치북이 나란히 배치되어 있다. 

오늘은 조심스레 첫 번째 서랍장을 열었고, 

겨울 바다의 눈꽃냄새가 눈물 나도록 향기로울 때 

난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사람이 슬퍼서가 아니라 그 대상이 너무 예뻐서 눈물이 날 수도 있구나.


그렇게 난 두 번째 서랍을 열어볼 생각으로 손을 뻗는 데 

오른쪽 틈 사이로 뭉툭한 색연필 한 개가 빼꼼 고개를 내민다. 


어쩐지 이 방이 유난히도 노란게 신기하였는 데 

어라,,

어제 잠을 뒤척이다가 달빛 그릴 때 썼던 노란 크레용이다. 


헛기침을 여러 번 고치고 

다시 차분한 마음으로 그대를 떠올린다. 


이상하게도 난 

보고 싶거나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얼굴이 기억이 나지 않는 신기한 습관이 있다. 


너무 잘 기억하고 싶어서일까?

아니면 망각할 정도로 내 사랑에 짙은 향기를 가지고 있어서일까?

어쩌면 이를 핑계로 한번 보고 싶은 것일 수도


이렇듯 우리는 사랑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습관이 생긴다. 

그대도 나처럼 잠자코 바라보고 있을 하늘이 부러운 나머지 

괜히 하늘에 투정 부리기도 하고 

평소에는 지나쳤을 공기 방울에 내 마음을 전해 보기도 한다. 


혼자 있는 나는 상상할 수 있지만, 

누군가를 좋아하는 나는 함부로 상상하기 어렵다. 


늘 예상밖을 뒤엎을 만큼 

온 마음을 다해 좋아하기도 하고 

예상보다 특별하게 그 사랑을 기억하기 위해 노력할 테니까 말이다. 


어쩌면 사랑도 인생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것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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