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에세이
인연이 또다시 인연이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차가운 바람의 끝자락이 온풍이길 바라는 것만큼 어렵겠지?
아득히도 내 가슴속에 차 있던 계절이 텅 비어있을 때
난 그제야 그대 덕분에 느꼈던 공간에 대한 감각을 느낀다.
난 시린 향을 감내하면서도 이 공간을 기억하기 위해
가만히 그 자리에 머물러본다.
내가 있는 그곳에만 발자국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움푹 파인 자리에 눈이 내리기도 하고
오늘따라 텅 빈 구멍에 광택이 나는 것도 같다.
물론 처음에는 똑같은 자리에만 잠자코 있었지만
몇 시간 뒤
난 1m 정도 물러나 타인을 보듯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을 보듯 아무 감정선 없이 나를 바라본다.
아무런 판단이 없어서일까?
짙은 고요함이 무성하다
미지근한 바람이 내 귓가를 맴돌기도 하고
문뜩 그 공간이 고즈넉한 숲으로 연상되기도 한다.
아무쪼록 내 마음이 누군가의 부재에 조금 더 솔직해졌길 바라며
조금 전 텅 비어있던 발자국에 보슬보슬한 흙을 채워 넣는다.
이제는
어느 정도 채워진 내 공간을
그대 덕분에 느끼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 느끼는 공간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난 요즘 숲이 좋다
어쩌면 눈에 보이지 않는 내 아지트가 눈앞에 나타난 느낌이 들어서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