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에세이
시간이 숫자를 더해 갈 때 난 그것들이 하나의 글자처럼 보였다.
그 찰나를 손글씨로 옮겨 적어보았고
그 끝에는 뭉툭한 문장이 하나 적혀있었다
“의연해라.
온 세상의 단단함이 무색할 정도로”
사실 흘러가는 대로 따라갔을 뿐인데
긴 호흡이 생겼고
호흡이 생기니 어느새 그럴듯한 추억이 되었다
추억이 생기고 그것을 내 이야기로 보기 시작했을 때
난 비로소 어른이 되었다
사실 난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시간보다 몇 걸음 먼저 가 이리저리 미개봉된 시간들을 열어보기도 하고
유통기한 지난 시곗바늘 앞에서 맴돌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 분주함에 탈이 나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했다.
물론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어설픈 나의 행동에 귀여운 듯 웃음이 나온다.
이렇게 웃기까지 난 몇 장의 달력을 넘겨야 했고
그 넘기는 손놀림이 유연해질 때 즈음
드디어 난 차분히 시계 보는 법을 익히게 되었다.
물론 앞으로도 폴폴 뛰어다니며 시간을 거꾸로 보기도 하고
미끄러지기도 하겠지만
적어도 나라는 시계는 우직한 소나무처럼 의연하게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