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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야금 하는 희원 Feb 08. 2024

그래,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거지

감성 심리 에세이

비가 내렸다.

눈으로 바뀌기 전의 빗방울이라 쌀쌀하기도 하면서

모순적으로 몽글몽글하다.


우수수 떨어지는 밤의 소리가 우렁차게 느껴지기 좋은 날씨이다.

라면 한 젓가락해도 낭만이 아닐 수 없는 지금 이 시간,

입에 라면을 오물거리는 그는 자신이 어린 별이라며

무심히 농담을 내 더 진다.


햇살의 눈가에 주름이 진 것처럼

허허

그의 말을 고이 접어본다.

은은한 틈이 생겨 온기가 새어 나올 정도로만 말이다.


사실 행복이란 게 거창한 것이 아니다.

물론 화려함을 여러 번 덧칠할 정도로 빼어나고 싶은 것은 사실이지만,


새벽을 배경음 삼아 먹는 라면 한 젓가락

먹어도 되겠지? 하고 양심에 찔리지만,

스리슬쩍 감춰보는 달님의 눈

물론 그 대가로 내 얼굴에 보름달이 뜰 수도 있지만,

이 '슬쩍'이 주는 행복감도 제법 달콤하다.


우린 어른이 되어갈수록 행복의 주름살이 늘어간다.

물론, 이를 점점 잊어가는 것도 어른이 되어간다는 증거이지만.


아무튼 우린

머릿속을 찝찝하게 하는 실수가 매운 떡볶이 하나에 사르르 녹거나

내 마음의 속살이 분노로 가득 차 얼굴이 붉어지더라도

시원한 맥주 한 잔이면 풀리는 아이러니를 경험하곤 한다.


알고 보면

사실 이 아이러니가 행복을 만드는 재료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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