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Exhuma, 2024 ★★★★
얼마 전 예고편을 보듯 하다. 무슨 영화일까라는 잠깐의 호기심이 스쳤었다. 오늘 아침부터 들른 극장에 포스터 한 장이 없다. 집에 극장 갈 때마다 들고 오던 포스터가 A4 3 통보다 두툼하게 쌓여있다. 나도 왜 자꾸 들고 오는지 모르겠지만 극장에 가면 이걸 찾는다. 오늘처럼 아무것도 없는 날은 참 아쉽다. 어려서 잡지 사면 받게 되던 포스터 때문인가? 텅빈 포스터를 보며 세상의 경제 수준과 흥행 정도를 가늠해 보기도 한다.
영화란 무엇일까? 사실을 기반으로 하거나, 상상을 바탕으로 하거나 실재의 사실과는 차이가 있다. 사실을 바탕으로 해도 각색을 통해 부각되는 점이 존재하고, 상상을 바탕으로 해도 도드라지는 점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시나리오를 만드는 작가의 시각과 관점, 그 텍스트와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들어 현실에 배달하는 감독의 시각과 관점, 그 역할이란 가면과 착 붙어 호흡하는 배우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지지하고 재물과 인력을 쏟아붓는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하다.
영화가 좋은 것은 이런 다양한 이야기를 한다. 누구에게?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하는 것이다. 그 시대를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에 부흥하면 결과가 좋고, 그렇지 못했다면 또 무엇 때문에 그러한가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영화는 영화자체로의 재미가 존재한다. 그러나 세상이 혼란할 때 영화나 예술은 또 다른 생각을 갖게 한다. 섬세하고 예민한 예술가가 바라보는 시대의 이야기, 열망이라고 표현되는 시대의 결핍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무당 화란의 잘생긴 배우의 역할도, 풍수사로 열연한 최민식, 또 다른 무가의 봉길이도, 장례사를 하는 유해진도 다 그 이야기를 위해 열연을 한다.
왜놈들이 패망해 돌가면 조선이 회복하려면 100년은 넘게 걸린다는 말을 했다지? 이제 80년이 지났는데도 왜놈들의 말처럼 한반도엔 역적인지 왜놈이지 시중의 말처럼 토착왜구인지 알 수 없는 존재들이 득실거린다. 일본인을 미워한다는 말이 아니다. 왜놈과 일본인을 하나로 보지 않을 뿐이다. 세상을 살며 참 괜찮은 일본인을 많이 만나고 보았는데, 본적 없는 왜놈의 실체는 불현듯 자주 현실에서 떠오른다. 희한하지?
역사는 인간이 반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대는 언제가 세상의 결핍을 채우는 방향으로 흘러왔다. 문명이 발전하고 늦더라도 조금씩 진보하는 이유다. 흐르는 물이 빈틈없이 바닥을 채우며 바다로 흐르듯, 사람들의 마음 또한 세상을 빈틈없이 채우며 흘러간다. 큰 바위를 만나 돌아가고, 폭포를 만나 떨어지고 둔덕을 넘는데 잠깐 시간이 걸릴 뿐이다. 파묘를 보며 그 맥을 끊는 일이 얼마나 허망하고 잘못된 일이란 점을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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