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부일상
3월의 절반이 흐르고 있는 건가? 2월부터 정신없이 보내며 요즘은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젊은 청춘들은 반복되는 지겨운 나날 일수도 있겠지만, 하루하루 반복되는 시간을 돌아보면 한 번도 같은 적이 없다. 그렇게 착각하고 몰입하며 보내고 있다.
일이 내 생각보다는 잘 굴러간다고 생각함에도 택배처럼 결과물이 빨리빨리 배달되기 바라는 조급증, 조증인가? 하여튼 그런 상태다. 다행히 흥분상태가 아닌 게 천만다행이지.
첫 주부터 비행기를 타고 전시회에 갔다. 새롭게 시작한 분야의 전시회는 나도 처음이다. 시끌벅적하고 소란하던 분야와 달리 마치 대학 도서관이나 과학 세미나 느낌의 이 분야는 꽤 인상적이다. 스페인 출신 엔지니어는 자기가 하고 싶을 걸 주저리주저리 말한다. 그런 건 매직 아냐? 그랬더니 “빙고! 그거야”라며 좋아한다. 그런 건 이제 온갖 공식과 함수, 조건 넣으면 생성형 AI가 아무거나 만들어도 초짜들보다 좋지 않겠냐는 질문에는 역시나 사람의 중요성을 수 차례 강조한다. 엔지니어들이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아도 사람을 이해하는 시점에 다다른 건가? 현실에서 반복되는 잡일을 AI, 로봇으로 교체한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고급진 일을 AI가 더 잘하는 추세다.
출장 다녀와서 사랑하는 별봉이 면회를 위해 산 넘고 물 건너 강원도 두메산골에 다녀왔다. GOP라 더 깊은 산 넘고 고개 너머로 간단다. 한편 마음이 짠하고, 한편 이런 경험이 삶에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 면회를 마치고 사진 찍고 밥 먹고 데려다줬다. 끝나자마자 두메산골에서 인천공항으로 출발했다. 다음날 새벽 비행기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이럴 나이가 아닌뒈!!!! 마나님이 어디다 머리를 굴리냐고 묻는다. 흰머리가 많이 생겼다고. 흰머리가 없었는데 생기니까 꼬신가 보다. 뭐 그렇게 마구 쓰면 그렇겠지.
하던 일은 국내 경기와 선거로 시끄러워서인지 월 중반이 지나는데 슬로하다. 뉴스보다 한국은행통계가 훨씬 신뢰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나라 경제는 개판이다. 게다가 다른 나라에 조공인지 원조인지 천조국 지출을 백조국 나라가 감당하는 것 같아 가랑이가 찢어지는 것은 아닌지? 꿰맬 거냐 아니면 찢어진 김에 더 찢을지 알 수가 없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오래 살기 힘들어진다. 그래도 비행기 타기 전에 선물처럼 메일이 여러 개 왔네.
새로운 일은 조 단위 업체라 그런지 엄청 느리다. 깨알 같은 노란 조를 펼쳐놓고, 조까지 세어보는 느낌이다. 산업의 사이클이 다른다는 것은 내 몸에 밴 경험과 습관을 바꾸는 일이다. 가끔 답답하고 놀라움과 현타가 교차한다. 한 놈은 비밀유지협약을 싸인해달리더니 감감무소식이다. 뭐 하는 놈이야? 하긴 견적 받고 감감무소식인 업체도 있는걸. 이 바닥 원래 그렇단다. 다른 놈은 서류를 다발로 요청해서 주고, 미팅하고 요약정리를 다 해줬는데 오리무중이다. 전화를 했더니 ”다음 주 결과 통보 갈 거야! “란다. 어이쿠 두 달안에 확인이면 황공하옵니다. 되거나 잘되거나인지, 안되거나 ㅈ되거나인지는 알 수가 없으나 뭔가 답이 오고 시간이 정해졌다는 것에 속이 후련해진다. 너무 한 거 아니냐? 안 그래? 내가 그런 거야??
공항 근처 호텔에 다 와가는데 중국 자매님들 요란 딱딱하다. 아 요즘 완전 여복 대박인 듯(폭삭 늙을 듯. 아이고ㅠㅠ). 본사 지원 이사 여자, 본사 실무 초짜 두 여자들하고 이야기하다 보면 정신없다. RPM만 오른다. 묻는 말은 절대 답을 안 하지. 내가 잘 알지. 나 속 타 죽으라고. ㅎㅎ
잡부의 입장에서 특징을 보면 첫째,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기보다 포털이나 췟GPT도 아닌데 계속 뭘 물어본다. 왜 이러는 거야? 둘째 내가 요청하면 답을 안 한다. 어린애나 숙성된 애나 별반 차이가 읎다. 셋째 급한 일이 생기면 동시에 출현해서 메일, 단체 메신저 개인 메신저에 사이렌이 울린다. 넷째 시켜서 겨우 하면 꼭 메신저에 자료 던지고 튄다. 이력관리를 위해서 꼭 메일로 하라면 말을 참 안 듣는다. 불리하면 삼촌이라 부르고 잡부처럼 시킨다니까. 이참에 가서 밥 사주고 협상을 해봐야겠는데 3:1이면 아작 나는 거 아닌가? 햐~이런 건 왜 한중일이 차이가 없지? 글로벌 스탠더드인가?
국내영업을 보면 메일 대신 카카오톡을 일하다 자료가 나중에 다운이 안 된다, 언제 그랬냐? 누가 방에서 나가랬냐? 네가 찾아봐 등등 가지가지인대 공사구분이 없다. NDA를 이유로 한 번씩 족쳐야!!! 꼭 그러고 나중에 자료 달라고 음청 시끄럽다.
하여튼 정신없이 3월이 가고 있는데, 돌아오면 국내 전시회 하나, 그다음 주엔 국내 전시회 두울.. 정말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 어라 견본 승인이 난 것도 있구나. 이거 공급 시작하면 내가 확실하게 놀아주는 게 뭔지 보여주겠어. 아니다 누울 수도 있으니 페이스 조절이 필요하다. 애들한테 일을 팍팍 던지고. 눕던 놀던 아싸 아~~ 이 와중에 미팅 제안은 진짜 머선 일이고! 아이고
책이나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어이쿠 NDA랑 prototype sample 오더도 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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