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도 잡부는 바쁘네
추석 명절이란 차례 지내고, 가족들이 오고 그렇다. 비가 하루 종일 오니 오늘 보름달을 보기는 어렵겠다. 평온한 명절이 지나가고 있지만, 아침부터 전화기가 바쁘다. '명절엔 좀 쉬자고!'라는 말이 나오지만, 연락하는 사람도 명절인데 안 쉬고 싶겠나? 처음부터 하라는 대로 했으면 좋았을 것을 꼭 마이웨이로 달려서 산비탈을 안전장치도 없이 굴러가고 있으니 바쁠 수밖에. 처음부터 촐싹대며 '프로입니다'라고 할 때부터 내가 적잖이 걱정했었다. 초격차를 내도 시원찮을 마당에 마이너스로 초격차를 내면 그것도 초격차지. 하는 일이 문제가 없었던 날이 하루도 없음으로 큰 걱정이 되지는 않는다. 한 발 물러서 전체를 조망하면 되긴 할 것 같으나, 과정이 뜨거운 솥뚜껑에 올라간 모양새라 불판 위에 쉼 없는 댄싱이 좀 몰려올 듯하다. 짜증보단 확인하고, 또 기죽을까 달래고, 희망을 품게 이야기도 전하고 명절에 고생하는 것에 위로도 보내게 된다. 눈치가 없으면 하여튼 사서 고생이나 말릴 수가 없다. 명절에 쉬라니까 프로 운운하면 또 설레발을 치고 이게 무슨 고생이야. 하여튼 가지가지하니 말릴 수도 없다.
비도 오고 나가서 담배를 한 대 피우다 프로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사전적 의미로 어떤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다.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보면 돈을 내고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과 돈을 받고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의 차이로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특정 분야를 공부하는 학생들과 특정 분야에 종사하며 월급을 받는 사람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일을 하고 소득이 생긴다면 그 분야의 프로 입문이 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내 기준에서 스스로 프로라고 떠들어 대는 부류에서 군계일학을 만나기 어렵다. 어떤 상황에서 필요한 것이 있을 때 누구나 지목하고 찾는 사람, 타인이 프로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프로페셔널의 수준이 높은 경향이 많다. 좀 더 먹물 느낌을 가미해서 말한다면 시간, 감정을 스스로 통제하고 특정 분야의 목표와 성과를 도출함으로 자기실현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참고로 피터드러커의 프로페셔널의 조건을 읽어 보시길)
단체 운동경기를 보면 일명 프로라고 불리는 리그가 있다. 각 선수들은 자기 포지션에서 내부, 외부와 경쟁을 하게 된다. 동시에 단체 경기의 속성상 팀워크라 불리는 협력을 통해서 더 큰 성과를 낸다. 어떤 면에서 경쟁은 나와의 경쟁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 높은 수준에서 전체가 좋아지게 한다는 공헌의식 또는 자기 발전과 조직 발전에서 균형 잡힌 사람들이 진정한 프로라고 생각하게 되는 이유다.
사업에서 보면 누군가는 물어보는 것에 대답하기 바쁘고, 누군가는 질문을 통해서 제안하기 바쁘다.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관심, 열정을 갖고 질문하길 바란다고 말한다. 현실에서 질문이 많으면 사실 잔소리에 타박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ChatGPT가 대우받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런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두 가지의 공통점은 '제대로 된 질문'을 하는 것이다. 당장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란 직업을 언급하는 시대임으로 후자는 명확하다.
그럼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는 잘 듣는 것이다. 물론 누군가 자신의 필요를 나에게 말하게 할 사전 작업과 맥락을 쌓게 할 능력이 있다면 더 좋다. 둘째는 잘 듣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것을 점검해서 들은 것과 비교해 보는 것이다. 그래야 차이를 알 수 있고, 그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확한 질문과 의견을 구할 수 있다. 세 번째는 그렇게 약속한 것을 닥치고 제대로, 정확하게, 주어진 시간 내에 하는 것이다. 프로에 입문에서 엔트리에서 밀리고, 후보로 밀리면 자존감이 손상되고, 열등감도 생기며, 짜증이 나는 악순환이 올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모르는 것을 알고, 채워야 할 것은 느꼈다는 것은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내게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과 감정을 조율해서 실력을 쌓아가는 것이 프로의 자세다. 사실 내가 이런 3가지 과정을 압축적으로 보면 연애하는 태도와 자세와 다름이 없다. 엄마나 언니들은 말을 똑바로 안 듣는다고 혼내고, 하라는 것만 안 한다고 혼내고, 하랬더니 제대로 안 한다고 혼내기 일쑤다. 그걸 그렇게 말해도 참 말 안 들어 하여튼.
최근 뉴스에 바가지로 불매운동이 생기고 하는 뉴스들이 많다. 누구나 더 많은 이익이 생기면 좋아한다. 오늘만 살면 더욱 그렇다. 오늘만 사는데 왜 그런 거야? 아니다. 오늘만 일하고 앞으로 놀자는 마음인가? 그 마음속에 주인장은 손님이 하고 싶은 것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정말 집중해서 그런 사달이 벌어진다. 많은 기업들과 정부가 이젠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말하는 시대다. 오늘만 살면 내가 프로가 꼭 될 필요가 있나? 그러나 우리는 내일도 모레도 살아갈 것이라는 아주 긍정적인 근거 없는 기대를 품고 산다. 그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서 무엇인가 제대로 하는지, 아니면 하던 대로 남는 시간을 팍팍 죽이며 보내는지 자기 선택이다. 이 자기 선택에 대해서 미래에 후회할 것인지 아닌지 탓을 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세상에 '내가 왕년에', '소싯적에', '전에 말이지' 이런 말이 난무한다. 조그만 생각 해 보면 왜 그런지 쉽게 알 수 있다.
인간은 상상을 한다. 시간여행자를 꿈꾸지만, 그런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지 않는다. 대신 virtually 인간은 미래를 그려볼 수 있고, 다시 현실에 돌아와 그 미래로 향하기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럼 그런 vision을 스스로 배달해 보는 것은 어때? 어차피 배달전성시대에 우리가 또 배달의 민족 아닌가?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상상한 미래를 만들어 낸다면? 왜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하는지를 깨닫는다면 프로의 세계는 조금 쉽지 않을까 한다. 인생 배달을 똑바로 제대로 내가 해야 한다. 그럼 프로지.
빌런이 없던 시대가 없듯, 중간에 여기저기 헤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하긴 오늘 추석 명절의 바쁜 메시지를 보면 이런 글로 쓰는 내 생각은 반성에 가깝다. 어제를 돌아보고, 오늘을 반성하고, 내일을 준비해야지. 누굴 뭐라고 할 시간이 없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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