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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소원 기회가 없는 것이 천만다행이지!

다 이루어질지니 (★★★★)

by khori

다음 주엔 할 일이 많다. 주말에 목욕도 하고, 세신도 하고, 잠도 많이 자고 뜬금없이 드라마를 보게 된다. 혼자 생각할 때 액션, 스릴러를 좋아한다고 생각해 왔다. 텔레비전도 보지 않는데 가끔 선택한 드라마를 보면 내 안에도 다양한 욕망과 호기심이 있다고 생각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과거로 시간을 회귀하고, 공간을 뛰어넘어 움직이고, 인생의 리바이벌을 기대하는 인간의 욕망은 동일하다. 그것을 시대에 맞는 이야기로 마블, 드라마들이 맥을 이어주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인간은 발전하는 듯 하지만, 계속 장르를 바꾸면 리바이벌하는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재미를 느끼는 점은 영원히 풀리지 않을 문제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인간의 숙명이란 착하게, 사이좋게 살아가는 일이다. 그런데 참 쉬운 것이 없다.


'호텔 델루나'를 재미있게 본 적이 있다. '호텔 부다페스트'와 같은 분위기와 광고 영상 같은 색상의 이미지만 보고 선택했는데 귀신 영화인지도 모르고 시작했었다. '다 이루어질지니'는 알고리즘이 올려주는 쇼츠와 '마스터'에 나왔던 박장군(김우빈)의 익살스러움 때문에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것도 신, 정령, 반인반령이라고 표현되었을 뿐 우리들 주변 이야기로는 귀신 이야기다. 신기하게 귀신 이야기는 신화와 전설, 전래동화와 같이 시대가 변해도 항상 인간의 주변에 있다. 희한하게 부합을 잘하고 있는 점은 아직 어리숙한 인간의 굴레를 열심히 돌리고, 이 번 주말처럼 한가하게 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이야기 구성이 재미있다. 마지막 하늘을 수놓는 '사탄과 사이코패스'에 관한 문구를 보면 피식 웃음이 난다. 신이 인간의 존재를 구성했으나, 인간은 기쁨과 골칫거리를 양산한다. 인간도 AI를 만들어 큰 기쁨과 기대를 품는 동시에 생각지도 않았던 골칫거리에 다시 직면하는 굴레를 걷고 있다. 인간이 결부되면 '말을 참 안 들어'라는 보편성과 '저걸 한다고?'라는 의아함 투성이다. 재미있는 것은 시간이 거꾸로 흐르고, 자신의 욕망을 채워도 세상은 사탄과 사이코패스의 덕으로 생각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그럼 전래동화의 권선징악은 현재도 유효한 셈이다.


그믐달 사막 한가운데의 생사를 알 수 없는 고목이 인상적이다. 고목의 생사가 마치 인간들이 벌이는 행동과 결과에 따라 달린 듯 위태로워 보이기도 하고, 고독해 보이기도 하고, 작은 희망같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만약 정령이 내게 나타나 소원을 빌어보라고 한다면 다들 어떤 소원을 말할까? 대부분의 인간처럼 금전적 고통의 탈출? 영생과 젊음의 구현? 영원한 사랑과 정의? 예전 '퇴마록'에서 사탄이 죽지 않고 살다 보니 지겹다는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엄청 지겨울 듯하다. 죽지 않는다는 것이 잠시 즐거움일지 모르지만, 영원한 고통일지 모르겠다. 드라마처럼 사패와 사탄이 인간과 더불어 산다고 생각하면.. 아이고.


나 같으면 어떤 소원을 빌어볼까? 일단 신을 부리는 권한? 욕심이 너무 큰가? 신을 부리면 언제든지 하고 싶은 걸 하면 되니까? 신위에 뭐가 또 있으려나? 그 보단 신을 부린다면 신에게도 인간체험의 기회를 주고 싶다. '니가 해봐', '재밌냐?', '할만하냐?', '그러길래 작작했어야지. 역지사지를 해 봐', '가끔 별 빛처럼 쏟아지는 사랑이 꽃피는 시기를 잘 구현하는 미션', '니가 만들었는데 온 동네애들 쉽지 않지?'등 온갖 감탄사와 요구사항 리스트를... 주고 싶기는 하다. 그럴 기회가 없는 것이 신에게는 천만다행이거나 축복이지. 아무렴.


오랜만에 화면을 통해서 마주하는 Dubai를 보니 기분이 좋다. 버즈 알 아랍은 15년 전에도 할인된 가격으로 숙박비가 5백만 원이 넘는다는 매니저의 친절한 멘트가 기억난다. 업무 차 로비의 멋진 분수, 객실(복실에 대부분 금칠)을 볼 기회가 있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머무르고 싶다 보다는 창밖으로 보이는 옥색의 해변이 더 멋지게 기억에 남는다. 지하철과 수상버스로 가본 수크도 다시 보니 즐겁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대로와 멋진 건물, 두바이몰도 인상적이지만 전통 시장형태의 수크를 가면 오래된 도시의 구조(사실 살만한 것이 많다는 생각은 없음)를 볼 수 있다. 6월의 살인적인 불볓더위, 버즈두바이 안의 식당, 양고기 철반구이, 레바논 음식, 인도의 카레, 고객이 한 자루를 줘서 처치곤란하던 대추까지.. 여러 기억이 나네.


#Genie #Netflex #드라마 #김우빈 #주말정주행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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