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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hori Sep 08. 2018

세상의 크기는 안목에 비례한다

믿거나 말거나

 경영의 실제를 다 읽어야지 하는데 다른 생각이 많다. 책이 발간된 65년 전과 현재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생각해보고, 무엇이 같은지 생각해 본다. 내가 마주하는 상황과 책이란 과거 사이에 어떤 맥락이 존재할까? 하염없이 공감지수만 올라간다. 자꾸 '광장'이란 소설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현실과의 차이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대책 수립 방법에 필요한 능력이 있는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것도 찬바람이 부는 9월이기 때문인가 보다. 파란 하늘이 깊어지는 계절의 시원한 바람과 달리, 전시회, 내년도 사업계획, 금년 실적 마감 예측과 같은 머리 아픈 일이 넘쳐난다.


 실적이라는 성과를 숫자로 보면 직원들 말처럼 감정조절 장애가 생겨날 때가 있다. 언제 경기가 좋았던 적이 있던가라는 농담처럼 매년 해도 매년 다르다. 사업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그 결과가 숫자가 된다고 생각하는 일이지만 다양한 감정이 떠오른다. 그래도 스스로를 돌아보고 올바른 미래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는 종교적 믿음을 갖아보려고 노력한다.


 왜 목표를 만들고 도전해야 하는가? 그 방향이 당장 코 앞의 일을 해결하는 속도보다 중요할 때가 있다. 목표와 현재의 차이를 이해하며 방법을 찾는 일이 전략 수립이다. 전략이 자주 바뀐다면 목표가 갈지자 행보를 할 가능성이 높다. 성과란 최소한의 일관성을 갖고 태어난다. 삶도 마찬가지다.


 너무 당연한 말의 의미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을 때가 있다. 자신이 하면서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시절이 있고, 이것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때도 있다. 사람마다 다르기도 하다. 어떤 일을 잘하게 된 사람이 고난의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어려움을 잘 전달할 개연성이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잘하는 일은 타인에게 잘 전달하기 어렵다. 왜 못하는지 당사자는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뛰어난 능력을 갖은 선수가 성공적인 감독이 되는 비율이 낮은 이유다. 일과 삶도 다르지 않다. 어떤 과정에는 벽이 다가오는 시기가 있다. 그 벽을 인정하는 순간부터 그 분야의 세계는 딱 그 수준을 넘지 못한다. "여획"이란 말을 통해 삶을 살아가면 스스로의 한계를 짓는 일을 경계하는 이유다. 동시에 나의 분수, 분수를 넓히기 위한 활동이 필요한 이유다.


 그래서 교육은 중요하다. 학교 교육과 제도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전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좋게 설명하면 어린 학생들의 분야와 잠재력을 알 수 없기 때문에 포괄적인 분야를 두루 넓게 가르친다. 그렇게 해야 나중에 뭘 해도 들어본 적은 있게 만들려는 노력이다. 주입식 교육은 단기적 성과를 내는데 효과적이지만 삶과 인생의 큰 그림을 그리는 방향과는 거리가 멀다. 두루 넓게 아는 것도 중요하고, 한 분야를 깊이 있게 알아가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의 기업에서 밥벌이를 하며, 남들도 다 아는 법은 효율이 떨어진다. 그러나 이 수준을 유지하면 평균은 된다고 생각한다. 그 평균을 넘어서는 것은 배운 것을 만지작거리며 실행하고 그 과정의 고난과 상처를 통해 얻어 낸 데이터가 있어서 가능하다. 어떤 현상에 호기심을 갖고 관찰하고 판단하며, 나름의 생각을 갖고 준비하는 사고 훈련이 되었다면 배운 지식과 정보 습득을 통해서 더 발전할 수 있다. 창의력이란 호기심과 관찰로부터 시작한다. 호기심이 행동이 되려면 어느 정도 주의 깊게 시간을 갖고 바라봐야 한다. 관심이 없는데 뭔가 새로운 일이 나올 리 없다. 그렇게 호기심이 동기부여가 되고, 전문성을 쌓아 성과를 내는 몰입의 과정에서 창의력은 만들어질 수 있다. 타고 나는 분야와 다른 학습을 통한 창의성이다.


 교육은 중요한 동시에 새로운 길을 방해하는 편견이 될 때도 있다. 세상의 한 가지 단면만 가르치고 그들에게 핸디캡을 얹어주는 사회가 발전할 리 없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블로그에 차고 넘치는 젊은 청춘들의 이직, 퇴직, 불만의 글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 슬직(슬기로운 직장생활)이란 글과 활동을 보면 그들의 고군분투에 응원도 보낸다. 전문성을 쌓고 나면 결국 나의 전문성이 문제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 함께 무엇을 할 것인가의 문제로 발전해야 한다. 전문성이 안 되는 이유 100가지를 제시하는 목적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전문가다. 


 얼마 전 일본 고객의 검사가 있었다. 처음 출고되는 제품을 고객이 지정한 검사자, 고객들 입회 아래 검사를 한다. 회사의 검사기준이 있고, 고객 요구사항이 추가되어 확인한다. 내부 검사 기준이 세계에서 통용되는 견본 검사 기준임에도 고객은 될 때까지 전수검사를 요구한다. 바쁜 분기 마감에 참 밉상이다. 요구사항의 과도한 부분 때문에 한바탕 소란도 있었다. 비용의 급격한 상승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본 문화를 접할 때 높은 의식 수준과 매뉴얼 프로세스에 감탄했었다. 그 배경에 집요함이 자신의 면피로 연결되는 과정을 보면 또 다른 놀라움이다. 최근엔 매뉴얼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며 과거와 같지 않은 일본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이런 생각을 하다 일본의 검사 방식은 과학 기술의 발전에 따라 센서와 데이터를 통한 제어계측, 패턴을 통한 자동화(AI)가 주를 이루는 4차 산업이 양성화되면 어떻게 될까? 일본도를 기계로 명인보다 저 정교하게 대량 생산할 수 있어도 아마 명인의 검을 더 우수하다고 주장할까? 일본이 과거와 같지 않은 것은 일본 문명의 안목과 수준이 과거와 달라졌다고 생각하게 된다.


 검사가 끝나고 서로 지적사항에 대해서 확인한다. 일본 기업이 요구하는 시스템은 한국 사람들이 익숙한 방식보다 비인간적으로 꼼꼼하고 빈틈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허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말 엉뚱하게도 기준이 없으면 검사하지 않는다. 성과와 비효율이 동시에 존재한다. 개인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그렇게 돌아가는 문화가 정착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합의된 개선사항에 대해서도 자꾸 why를 붙이며 더 좋은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은 중요하다. 그것이 성공 확률을 올리는 일에 효과적이고, 한국문화에서도 이런 접근은 더 체계적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엄청난 짜증의 희비쌍곡선이 발생한다. 극복할 가치가 있는 일은 그렇게 해야 한다.


 4차 산업이 다가오면 일본이 별수 없겠지라는 생각에 다시 의문이 들었다.. 기계가 자동화되어 모두 사용하고, 인간이 why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문명은 정체되지 않을까? 철학자의 말처럼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다. 기계가 자율 주행하는 클라우딩 시스템을 통해 의사 결정할 듯 기계가 세상을 지배할 것인가? 터미네이터와 같이 미래는 디스토피아가 될 것인가? 사람이 지배하던 시대에서 기계가 지배하도록 지배하도록 도와주고 수준이 될까? 여전히 사람이 기계를 지배한 세상이 될 것인가? 궁금하다. 인간을 바라보는 인문학의 틀이 철학과 사회적 제도로 발전하고, 그 개념이 기계 운영의 한계와 범위를 설정해주는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전문성이란 인간의 성과를 통해 존재가치를 알아가는 한 부분이었다. 이 활동이 문명이고 인간은 그렇게 살아왔고 기계도 사실 한 가지 부분이다. 


 밥벌이하며 한가해서 이런 생각을 할까? 미래를 알 수 없다. 당장 밥벌이 과제를 처리하는 것으로도 하루가 피곤할 때가 있다. 그러나 내가 하고 있는 밥벌이의 이 번주, 한 달, 다음 달, 내년에 대한 생각을 항상 달고 산다. 떼어낼 수 없다면 즐기지는 못해도 관심과 애정을 갖고 바라보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조금씩 생각과 행동이 자연스럽게 발전해가기 때문이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이 많다던 사람이 있었다. 비행기 타고 다녀보면 세상이 생각보다 넓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아프리카를 비행기로 타보면 지도보다 훨씬 크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하고 싶은 것은 벌써 세상에 나와서 할 일이 없다는 농담을 하지만, 세상에는 매번 새로운 제품과 솔루션이 나와 사람들을 열광하게 한다. 물리적인 세상이 늘어나는 일은 없겠지만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안목에 따라서 세상의 크기는 천차만별이다. 스스로 유연하지 못한 것이 더 큰 어려움이다. 


#안목 #세상의크기 #여획 #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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