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인문학, 세상의 중심 人間
'모든 인간 문명은 인간을 지향한다. 이 본질을 이해한다면, 변화하는 기술에 현혹되지 않고, 본질과 기술적 변화가 균형을 맞춰야 좋은 결과가 도출된다는 사실을 잘 이해할 수 있다. 본질의 영역에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다. 모든 기획의 시작점에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 자신이 종사하는 분야의 기술적 깊이, 반복을 통해서 새로움(차이)를 깨닫는 창발성, 뺄셈의 미학이 존재한다. 이 모든 노력과 열정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욕망과 만족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구현되어야 세상의 지지를 얻는다. 성공한 기획은 이것을 포함하고 있을 뿐이다.' 나는 이런 생각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기획의 인문학을 시작하며 내가 살아오며 접하고, 비교하고, 붙여보고, 빼보고, 실행을 하며 나름대로 깨달은 것과 얼마나 같고 얼마나 다른지 궁금했다. 거시적이고 일반적인 경영, 경제의 분야, 업무를 위한 전략, 기획, 사고에 관련된 책, 그리고 다양한 심리, 동양 인문 고전을 접하면 내가 갖게 된 생각을 이해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30대에서는 그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했다. 벽을 마주하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낯선 것과의 조우를 통해서 이성이 동작한다'는 하이데거의 문구가 내 삶에 큰 변화를 준 셈이다. 지금도 데카르트인지 혼동될 때가 있다. 이 다양한 분야들이 결국 인간이란 존재를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데 좀 더 시간이 소요되고, 이를 활용하는 것은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저자가 말하는 천(天), 지(地), 인(人)으로 구분한 틀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실행과 성취는 차이가 많을 것 같다. "기획자란 자기 앞의 현실을 바꾸려는 사람이다"라고 정의했다. 부정적으로 문장을 다시 바라보면 "기획자란 자기 앞의 주어진 현실을 부정하고, 더 나은 현실을 도전하는 사람이다"라고 써도 무방할 것이다. 더 나은 현실이란 내가 책상에서 혼자 상상하는 것이 아니다. 현실 속 지향점에 있는 사람들을 통해서 그들의 바램을 듣고, 해결하고자 하는 욕망의 크기를 확인해야 한다. 이런 인간의 바램과 욕망을 기술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모든 시도일 뿐이다. 도널드 노먼의 디자인 이야기가 기획의 인문학과도 교차하는 것은 본질적인 방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열정과 몰입을 보며 지지하는 사람과 '작작 좀 해라'라는 세간의 비평을 듣는다. 하루를 안락하고 편하게 지내고 싶은 사람들도 많다. 그들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획자는 자신의 방향에 대한 신념도 필요하고, 기술적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유연성도 필요하다. 본질과 기술의 구분이 글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며, 이것은 다시 인간을 통해서 내가 부족한지, 넘쳐있는지, 잘 절제되어 균형을 잡고 있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현실의 범위는 대단히 넓다. 작가처럼 방송이 아니라 디자인, 제품, 전략, 전시, 예술 가깝게는 상품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서 노력하는 가게 주인도 기획을 하고, 방송에서 매일 요상한 일들을 벌이며 시끄러운 정치인, 공무원들도 매일 기획을 한다. '사람을 위해서 무엇을 기획하고 있는가?'가 결국 자신의 업(業)을 결정한다. 그 분야의 업은 자신이 만들어가는 삶의 한 부분이다. 누구도 자신의 삶을 완벽하게 기획하고 시작하지 못한다. 이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일정한 시기가 되면서부터 가능하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영향과 정보, 지식의 도움을 받는다. 그 과정에서 나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인문학은 필요하고, 나를 이해하고 좀 더 나에게 적합하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다시 기획은 필요하다.
데이터 중심의 세상, 4차 산업이라고 총칭된 트렌드가 위기(위험과 기회)를 만들고 있다. 그 적용범위가 넓어서 변화가 예상되는 범위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 어려움을 빗대어 사람들이 종사하는 직업이 사라지고 있다는 미디어의 공갈 협박이 난무하고, 한편으로는 공부하라는 압박으로도 느껴진다. 나는 가끔 이런 말이 침소봉대라고 생각한다. 그 변화가 인간을 지향하고, 이렇게 발전되는 기술을 인간을 위해서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의 관점에서 조금만 생각의 방향을 바꾸면 미래 문명은 훨씬 밝다. 돈을 중심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어두운 것이고, 돈을 벌기 위해서 4차 산업의 기술은 도박, 해킹, 포르노와 같은 분야에서 훨씬 먼저 접목해서 결과를 만드는 아이러니를 만든다.
20세기와 지금의 차이점이 좀 더 극명한 것은 이렇게 폭발적인 데이터와 확산을 통해서 내가 아는 것은 남들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경쟁력을 만드는 한 가지 중요한 방법이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다. 하다 보니 이해해서는 쫒아가기 힘들다. 세상의 풍부한 데이터는 다시 사람들이 기획해서 도전하는 사고의 품질의 발전을 요구한다. 사람은 어제와 오늘, 내일이 다르다. 그 사람이 시청자, 소비자, 세상이고 그들이 변한다는 것만이 변하지 않는 원칙이다. 이런 변덕스러운 대상을 위한 기획은 당연히 쉽지 않다. 저자가 말하는 기본적인 얼게와 사고방식, 사례를 접목한 접근법은 꽤 유효하다. 나는 제조업에 종사하는데 미디어 종사자의 말이 참 잘 이해되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저자가 기획을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대해서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가르쳐주는 사람은 많지만 선택하는 것을 강요할 수 없고, 선택한다 하더라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매일 변화하고 대응하는 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결과 또한 다를 뿐이라고 생각한다. 인문학을 통한 사람의 사고가 변화하는 다양성을 이해하는 시간은 상당히 오래 걸린다. 사람은 개인의 품성, 품격, 지식, 환경에 따라서 취사선택이 다른다. 결국 기획에 필요한 큰 범위를 포괄적으로는 알려줄 수 있지만,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범주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문학이 쉬운 듯 또 쉽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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