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녀 (★★★★★)
사람들의 꿈은 다양한다. 세상을 살아가며 스스로 바라는 욕망은 사람만큼 다양하기 때문이다. 서로 그 꿈을 비교하며 내 꿈이 더 크다, 좋다, 멋지다를 이야기하지만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나만 가질 수 있는 고유한 권리다.
"난 담배, 위스키, 한솔이만 있으면 되는데!"라는 대사가 마음에 든다. 일상을 털어내기 위한 두 가지와 사랑, 이렇게 해석하고 싶다.
미소는 사 차원적인 사고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차분하다. 또 심사숙고하는 듯 하지만 직선적이다. 젊은 날을 그렇게 살 수 있지만, 계속 그렇게 살아갈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 삶이 가끔 동경할 수 있다.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힘든 청춘의 삶, 담배값이 오른 일에 대한 절박함이 그녀가 매일 기록하는 가계부를 통해서 느껴진다. 그리고 집을 버리는 과감한 용기는 청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하루를 음미하는 싱글몰트(그렌피딕)를 끊지 못한다. 싱글몰트를 좋아하는 것을 보면, 미소는 술을 음미하고 좋아하는 술꾼이 틀림없다. 대학생 때, 맥주 5병보다, 1만 5천 원을 내면 코냑을 세 잔 마실 수 있는 곳이 좋아서 돈을 모아서 가보던 술집이 생각난다. 그런 낭만이 지금은 가물가물하지만, 이런 추억이 영화를 충분한 공감대를 준다.
집을 버리고 과거 음악을 하던 친구들을 만난다. 세상을 살아나가는 방식은 모두 다르다. 직장 생활을 열심히 하는 사람, 시집가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보다 주어진 일상의 답답함을 참고 사는 사람, 노부모님 모시고 그럭저럭 살아가는 사람(이 집 무섭다 ㅎㅎ), 우리가 부유하고 멋지고 안락함을 꿈꾸듯 그런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항상 한솔이가 있다.
자본주의 세계에서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못한 젊은 청춘들의 사랑이 애틋하기도 하고, 궁상맞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가 가사도우미로 만나는 사람들, 친구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그 사람들이 다시 돌아보는 것들이 있다.
하나는 좋았던 젊은 날의 추억이고 또 하나는 나와 다르지만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미소는 이름처럼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고 또 그리워지는 것 같다. 큰 굴곡과 반전 없이 잔잔한 이야기지만 일상의 모습이 사진에 담긴듯한 영상미도 있다.
도시 외진 곳에 이쁘게 불 들어온 텐트가 마치 삭막한 도시의 따뜻한 심장처럼 그려져서 여운이 있다. 범죄의 여왕 엔딩 크레디트에 있는 우스꽝스러운 설정이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처럼 보여서 호기심이 생겼다. 가만에 또 차분하고 현재 살아가고 있는 곳을 둘러보고 무엇이 중요한지 또 생각해 보게 한다.
추가로 빚 없이 살자는 모토, 맘에 든다. 나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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