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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hori Dec 08. 2019

속성과 숙성

'세상에서 가장 빠른 고전 읽기'를 읽고

 '세상에서 가장 빠른 고전 읽기'라는 책은 나에게 호기심을 충분히 일으킨다. 고전의 범위가 특정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많이 회자되는 책이 보편적으로 좋다고 하지만, 나에게 꼭 맞는다고 생각할 수 없다. 그 어려움을 느낀 사람에게 제목은 대단히 매혹적이다.


 인생을 살아오며 갑작스러운 성장은 부작용을 일으킨다. 고전을 통해서 내 마음에 울림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 불현듯 일상의 모습이 갑자기 고전과 겹친다. 아니면 '이걸 어디서 봤더라'를 계속 되뇔 때가 있다. 일상이 파노라마처럼 입체적으로 움직인다. 순식간에 다양한 이야기가 하나로 엮여서 어떤 해석을 내놓는다. '아하'라는 마음속의 소리, 지식의 습득과 통찰의 입장에서는 일이관지라고 해야 하나?


 안 보이던 것이 보이는 것이 항상 좋은 결과를 초래하는 것도 아니다. 무협지의 주화입마처럼 보이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것이 인간의 부작용이다. 급격한 성장은 후폭풍의 씨앗을 품고 있기 때문이며, 감당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자각했을 때에는 벌써 내 눈과 마음에 그것이 자리를 잡았을 때다. 그래서 사람은 흔들린다. 그런데 사람은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이 책은 한 두 페이지로 요약한 고전이 기록되어 있다. 언급된 책을 10여 권은 확실하게 읽었고, 몇 권은 '뇌 폭행'을 벗어나 자유를 위해 집어던진 것도 있다.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드는 책도 있고, 감명받은 것도 있다. '이방인'을 읽고 흥분하던 사람에게 '뭐 사람 중에 그런 놈도 있는 거지'라는 반응에 더 흥분하던 얼굴도 기억 난다. '경영의 실제' 같은 경영학 명저나 머리가 참 좋다고 생각한 마이클 포터의 '경쟁론'이 이렇게 간단하게 요약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신곡',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방법서설'처럼 책장 깊숙이 다시 쳐다보기도 싫은 책이 있는가 하면(읽다 중도 포기), 다시 보려고 두툼한 녀석으로 사둔 '레미제라블', '모비딕', '걸리버 여행기', '천일야화', '수호지'도 있다. 언제 읽을지 모르는 '정관정요'나 누가 볼까 궁금한 '자본론'도 있다.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케인즈의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 이론'을 관련 분야 석, 박사 전공자라 해도 완독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제목을 보며 나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책을 훑어보고 서문을 보며 낙서를 했다. 고전은 깨닫는 것이다. 이처럼 쉽게 요약하는 앎도 중요하지만 그 앎이 삶에 어떻게 녹아나는가는 독자의 몫이다. 빠르게 아는 척하는 것도 필요한 시대지만 삶은 속도보다 방향이 훨씬 중요한 문제다. 나는 왜 이것을 빠르게 이해하려고 하는가? 


 바쁜 시대를 살아내는 사람을 재촉한다. 무엇이 사람은 재촉하는가? 책은 시간이 없어서 안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없어서 안 보는 것이다. 필요와 욕망이 마음에 자리잡아야 본다. 각자 처한 환경이 다르다. 아니면 상황에 지배를 받는 삶을 살고 있는지, 상황을 지배할 마음이 있는지 자신의 마음 소리를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고전은 짧게는 3-40년, 멀게는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왜 수 천년의 시간을 건너 현재까지 유효할까? 고전이 현실에서 떨어져 있는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는 내가 볼 수 있는 안목에 따라 다르다. 본질 변화가 있는가? 기술적 변화만 있는가? 그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은 원래 그렇게 생겨먹은 것일 뿐이다. 작가도 세상은 합리성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하지 않은가? 이성은 바르고, 효과적인 것을 말하려 하는 인간의 의지라면, 기분이 나쁘고 하기 싫은 건 또 다른 인간의 의지다. 그 사이에서 서로 이전투구를 하는 것이 세상 아닐까? 아니 모두의 마음속에서 이 두 가지는 항상 개싸움을 한다.


책은 성장판 독서모임을 통해서 제공받았지만, 소감은 오롯이 저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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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빠른 고전 읽기국내도서저자 : 보도사 편집부 / 김소영역출판 : 위즈덤하우스 2019.11.29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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