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황혼
일반 독자로서 근현대사에 대한 책을 많이 보았다고 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아주 안 보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가 덮었다.
역사는 그 시대의 눈으로 보려는 하나의 관점이다. 그 역사적 사실과 사실을 견인한 본질적 원인을 통해서 현재를 다시 바라보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사실의 기록의 기록이라도 어떤 지점에서 이것을 바라보는가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내가 읽으면 경계하는 이유는 망하기 일년 전의 다양한 사실을 나열할 뿐이다.
- 이런 관점의 기록을 경계해야하는 이유는 자칫 뉴라이트가 추종하는 왜놈사관에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망할만 하니 망할 나라였다는 말을 사실을 반복적으로 쓰고 있는 것과 다름 없다. 그리더 터무니없는 근대화론을 들이대면 이 두 가지 사실이 그럴듯해 보이일 수도 있다. 물감도 물에 타서 쓰지만 강에 물감을 탄다면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쉬지 않도 물감을 흘러보내면 강은 죽는다. 게다가 둑을 세워 강까지 막는다면 도도히 흐르던 강은 물감의 색이 차곡차곡 쌓여버린다. 그렇게 혼과 정신이 피폐해지는 것이다. 역사는 한 지역공동체의 기록이다. 그 지역공동체로서의 정체성은 사실의 분석보다 크게 중심에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
- 조선이 망한 사실을 통해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어떻게 망할 것인가인가? 아니면 그 사실을 통해서 어떻게 위대한 국가를 세워서 후손에게 물려줄 것인가? 나는 후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나간 과거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과거 사실의 정확성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이 현재에 알게모르게 촘촘히 연결되기 때문이다. 역사 논쟁은 사실의 논쟁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역사 이면에 이런 촘촘하게 연결된 권력투쟁과 비슷하다. 그래서 피아구분이 생기기도 한다.
- 과도한 우월의식도 경계해야하지만 타인에 종속된 노예적 삶도 없어야 한다. 그러나 책을 통해서 현재 우리가 갖어야 할 배움까지 연결되었으면 한다. 이 책의 의도, 이 글이 실린 사설의 의도가 퇴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걸 잘 알기 어렵다.
나는 근현대사를 읽다보면 항상 김영수의 "간신론"을 생각한다. 대부분의 간신은 입신양명한 권신이 고무신을 거꾸로 신고, 가장 큰 역적질은 나라를 피폐하게 만들거나 나라를 팔아먹는 것이다. 나라가 망한 사실을 규탄할 것이 아니라 망하게 한 원인을 척결해야 한다. 그것에 붙어먹는 역적은 시대한 수 천년이 흘러도 공소시효가 없어야 한다. 그것이 나라의 혼을 제대로 세우는 법이다. 많은 사람들이 역사를 듣는대로 믿는 것이 아니라 왜 믿고 그 사실의 의미를 세겨야하는지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책상에서 바라만보는 "근대를 다시 읽는다"라는 이 책을 언제 읽을까 고민이다
근대를 다시 읽는다 세트 (전2권)국내도서저자 : 윤해동,윤대석,천정환,이용기,강인철출판 : 역사비평사 2006.11.15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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