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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hori May 01. 2020

책대로 되지 않지만, 책도 안 보면 문제가 더 커진다

레이 달리오의 금융 위기 템플릿

 책이 나오자마자 읽어 볼까 하다 세 권이라는 말에 주저했다. 97년 사태는 몸으로 체험하며 깊은 불황의 잔상을 내게 남겨줬다. 이 책에서 되도록 쉬운 표현과 설명이 그 시대의 경험을 통해서 쉽게 이해하게 해 준다. 08년의 사태는 또 다른 충격이었다. 나랑 아무 상관없는 미국의 주택담보 파생 상품이 달러라는 기축통화를 통해 연결된 국가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 여파로 시작된 시장 변화가 전달하는 현실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쉽게 '이런 식으로 판이 벌어지는구나?' 그래서 이때부터 금융위기에 대한 다양한 역사적 고찰과 분석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어봤다.


 그 후 우리나라는 샤머니즘도 아닌 삽신과 1+1 통치자가 만들어낸 이해할 수 없는 오묘한 시대도 거쳐왔다. 그렇게 보면 X세대는 총 들고 전쟁만 안 치렀지 웬만한 생존 전쟁의 한 복판을 정주행 왔다는 생각이 든다. X세대가 아니라 'X표 맞은 세대' 다른 표현으로 '경쟁력이 가장 많은 세대(고생하면 실력이 늠)'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나이가 적은 편은 아니지만 "라떼(나 때)'만 보면 어이가 없어 묻고 싶어 진다. "잘하는 게 뭔가?"


 체험과 과거를 분석하는 것은 다르다. 체험은 편향과 왜곡이 있다. 분석을 통해서 원인과 패턴을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 책은 정말 유튜브에서 달리오 선생이 만든 30분짜리 경제구조 설명만큼 간단하다. 모노폴리로 설명되는 과정(우린 부루마블로 합시다)이 그렇다. 다들 경험이 있지만 계속해서 게임을 하면 처음에 돈으로 호텔을 사고, 조금 시간이 지나면 호텔로 돈을 벌게 됩니다. 계속하면 할수록 고스톱도 아닌데 돈이 부족한 느낌적 느낌이 들고, 서울 올림픽이나 뉴욕에 걸리면 망한다. 이 보다 쉽게 불황이 오는 과정을 설명하는 사람이 있을까?


 신용과 부채로 설명하는 불황에 대한 쉬운 설명이 맘에 든다. 신용은 부채를 만든다. 이 부채를 만들 때 중요한 것은 내가 버는 소득(급여, 임대료 등)이 감당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대부분 급여는 팍팍 오른다는 확신이 낮지만 자산에 대해서는 내가 사면 오른다는 무속신앙적 기원을 갖고 무리를 한다. 무지하거나 과도한 욕심 때문이다. 합리적인 투자, 적정한 투자를 하는 분들도 많다. 오늘도 매체에서 '동학주식운동' 이름은 기가 막히게 잘 지었으나, 투자손실에 대해서는 기가 막히게 무지하다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경청할 부분이다. 선물을 취급하는 초짜들은 지식과 안목이 없다면 무지로 다진 불쏘시개 전사가 될 수 있다.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르는 일이다. 선물이 Gift란 뜻으로만 이해한 것은 아니겠지?


 부채의 상환에 대해서는 시간적으로 분산(예를 들면 할부)할 수 있는가? 아니면 이 부채를 잘게 쪼개서 분산(온 가족이 조금씩 나눠서 함께 갚아요 Help me ^^;;)을 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이자도 어떻게 보면 오랜 시간 안 쓰고 인내한 것에 대한 보상이다. 시간이 금이라는 이유는 명백하다. 회사도 국가도 마찬가지다. 단지 금융이란 시스템이 신용을 통해서 화폐, 부채를 창출한다. 쉽게 말하면 통장에 찍혀있는 것이 현찰이라는 믿음(credit)인지 실제 현찰인지 생각해 보면 된다. 왜 뱅크런이 나오면 은행이 망하는가? 다트에 가서 은행들의 부채비율을 보면 큰 은행은 1000%가 넘고, 작은 은행이나 증권 투자 회사들은 5-600%는 된다. 은행은 돈이라는 상품을 웃돈을 주고 사고파는 트레이딩이다. 스프레드의 기준이 금리고.


 불황은 결국 현찰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신용이 쪼그라들고, 부채에 대한 압박이 생기면 누구나 현찰이 필요하다. 여기서 카드를 더 쓰고, 돌리고 하면 버블이 생기고 결국 모노폴리처럼 터지고 나한테는 불황이 온다. 버블은 내가 버는 것보다 많은 지출이고 미래의 내가 갚겠지라는 생각에 기초하거나 친인척이 갚겠지라는 망상 아니면 떼먹겠다는 투지에 따른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이 기업, 은행, 나라에 적용해봐도 비슷하다. 분석적인 접근의 표현은 더 고상할 것이다.


 그런데 통장에 현찰은 잘 사라지지 않겠지만(예금자보호, 파산) 자산인 유가증권은 내려앉고, 부동산은 현금유동화(매각, 하락)가 잘 안 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주 FOMC에서는 벌써 이야기했던 지방채도 매입했다. 4월부터는 국채가 아니라 회사채, 정크본드(그래도 우리나라 국내 신용등급보다 높을 수도 있다)도 사준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시장에 돈을 넣어줘야 움직인다. 모노폴리, 부루마블에는 이런 부분이 없다. 물론 제삼자가 진짜 현찰로 환전을 해 줄 수는 있겠다. 이런 것이 양적 완화다. 추가적으로 현찰에 대한 불신이 생기면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베네수엘라의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돈인지 휴지인지 구분이 안 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금이 달리 절대 화폐인가?


 현찰 욕구가 분출하면 채권처럼 때가 되면 회수하려는 의도가 높아진다. 잘 될 때는 주식처럼 팍팍 지르고 빌려주려고 더 하라고 한다. 이게 도박판에서 돈 빌려주는 것과 합법과 불법의 차이만 있지 본질적으로 비슷하다는 생각도 한다. 이게 과하면 리만브라더스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 나는 은행과 사채의 차이는 과거 깍두기 형님의 출현 여부가 아니라 스프레드 한도 차이라고 생각한다.


 통화를 관리하는 정책과 정부의 재정지출의 정책이 조화로워야 똑같은 상황에서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다. 말은 쉬운데 어려운 일이고 그래서 어공, 늘공 상관없이 잘 뽑아야 한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과거 불황의 역사를 통해서 어떤 상황에서 어떤 조치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는지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도움이 되지만 미래는 곧 변화다. 변화가 있기 때문에 이익도 손실도 발생한다. 결국 과거처럼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참고해서 현재 적절한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다. 이번 주 '삼프로'라는 팟캐스트(유튜브)에서 오건형 팀장이 일본의 금리, 환율의 관계를 설명한 부분을 들어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08년 이후에 현찰, 즉 달러라는 화폐 자체의 신용에 대한 불신의 논쟁이 많이 대두되었다. 금태환 금지 이후에도 전 세계적인 초강자에 대해서 '잉크 조금 찍어 바른 종이'이란 말이 나왔다. 나도 달러가 콜라 돼도 놀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절대화폐 금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이유가 다름이 아니다. 이 배후에 나라도 파산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그럼 최종은 탕감이나 쌈박질(전쟁)을 하게 된다.


 불황의 지표와 정책, 단/장기 금리, 외환 등 다양한 지표들이 사용되어 아주 쉽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개념을 이해하기에는 쉽게 쓰여있다고 생각한다. 현재를 보면 일부는 불황의 템플릿처럼 보이는 현상도 있고 불황이 오기 전에 선빵을 날리는 다양한 액션도 존재한다. 상당히 많은 미래학자들이 10년 주기설(이건 삼재랑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9년 잘 살면 3년 조심하자는 인간의 습성에 기인한 것인가?)처럼 불황을 예고했었다. 경제주체에 의한 실질적 불황은 아니지만 COVID-19로 불황에 대한 선조치가 되고 있다. 그것도 금융기관을 통한 계좌이체 수준의 유동성 공급이 아니라 국민의 손에 현찰을 투입한 선제조치다. 이것이 버블을 줄인 것인지?/ 버블을 가속화한 것인지 알기 어렵다. 


 나는 불황의 전조가 COVID-19로 인한 응급조치로 지연되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병원에 가야 할지도 모르는데 모르핀을 맞은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이다. 그럼에도 주식시장에 참가해서 주식동학운동을 하는 모습이 인간의 참 어리석은 것인지, 현명한 것인지 모두 자신의 안목과 판단이 결정할 수밖에 없다. 정책의 변화를 잘 읽기 위해서 나는 한국은행 통계 자료를 자주 봤으면 한다.


 2권의 독일과 미국 사태는 많이 읽지 않았다. 08년의 지표들만 확인해 봤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은행 통계에서 08년, 산업동향, 금리 등을 찾아봤다. 파트 3에서는 기억하기 싫지만 한국만 좀 찾아봤다. 개념을 이해하기에 파트 1이면 충분하고 관련 분야를 깊이 있게 공부한다면 천천히 시간을 갖고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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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달리오의 금융 위기 템플릿


레이 달리오 저/송이루,이종호,임경은 공역
한빛비즈 | 2020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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