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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hori May 05. 2017

나무야 나무야

시서화에 역사를 담은 엽서 이야기

 신영복 교수의 책이라고는 그림이 어우러진 처음처럼과 강의란 책을 읽었다. 그의 멋진 그림과 생각을 엿보는 재미와 동양 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그의 책을 서너 권 더 사두었지만 잘 손이 안 간다. 한 가지 이유는 소설이나 경제서적처럼 쭉쭉 읽어 나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시간을 내서 읽어야지 한다는 모자란 생각이 스스로 게으름에 만취한 상태라는 것을 시인하는 것이다. 두툼한 담론, 냇물아 흘러 어디로 가니를 뒤로하고 얇은 "나무야 나무야"를 꺼내어 읽기 시작했다. 역시나 책은 물리적인 두터움이 아니라 저자의 생각을 읽어가는 나의 태도에 따른 것이다. 책의 서두에 "어리석은 자의 우직함이 세상을 조금씩 바꿔갑니다."라는 말이 다 읽고 다시 눈에 들어온다.


  

얼음꽃


 신영복의 작품과 그림은 "더불어숲"이란 사이트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첫 장의 얼음골에 들어간 그림도 이 곳에서 받아왔다. 21년 전의 책이다. 세상에 다시 나와 세상을 주유하며 자신의 생각과 깨달음을 엽서에 담아 세상에 띄우는 편지글이다. 그 첫 장이 "청년들아 나를 딛고 오르거라"라는 것을 보면서 글이 만들어진 21년 전과 현재의 같은 바람이 참으로 아쉽다. 강산이 2번이 변해도 바람이 같다는 것은 더딘 변화 때문인지 유지해야 할 바른 정신인지, 둘 다 그런 것인지 여러 가지 생각을 갖게 한다. 



 내게 책이 쉽지 않다. 그래도 담담하게 대한민국의 역사적 이름을 갖은 장소와 그곳을 그린 그림과 글이 어우러져 그곳의 시간을 채우고 있다. 하일리의 일출을 읽다 보면 지식인 되기 참으로 어렵다(難作人間識字人)는 구절과 나침반이 아닌 지남철 바늘이 떠는 이유를 보면 지식인의 절실함을 느끼게 된다. 오늘처럼 나부러져 서있다 보면 뜨끔하다. 이외에도 지리산, 무등산, 북한산 등 백두대간의 유명한 산이 소재로 많이 나와 있다. 그 각장이 마치 시서화가 조화롭게 이루어진 것이다. 


천수관음보살의 손

 천수관음보살에 대한 이야기는 지식인의 깊고 큰 뜻이 보인다. 천 개의 손안에 천 개의 눈이 있는 그 손을 보면서 그 손에 의해서 구제되는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가 그러한 손이 누군가에게 되어야 한다는 그의 뜻은 참 다부지다. 그와 평등하게 악수하겠다는 의지와 그렇게 누군가와 악수할 수 있는 소통의 자세는 내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다. 실천은 또 멀겠지만 이런 생각이 나에게 조금씩 쌓여간다면 너무 늦지 않음에 대한 희망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일리의 일출


 섬진강 나루의 엽서에서 말하는 이 글귀는 오래 기억하려고 한다. "목표의 올바름을 선(善)이라 하고 그 목표에 이르는 과정의 올바름을 미(美)라 합니다." 항상 목표의 달성과 경쟁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그 성취와 결과 속에서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있을 때가 있다. 아마도 그곳에 올바름과 아름다움이 부족했다는 생각을 한다. 


 북한강의 엽서에서 세상의 변화가 지향하는 곳에서 인간은 어떻게 어디로 향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인문 지식인의 화두는 지금 시대에도 대단히 유효하다. 인간의 정체성이 없는 인간 문명의 결과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자동화와 4차 산업으로 대변되는 요즘의 추세에서도 같은 화두가 지속되어야 한다. " 생활은 자긴의 길을 만들어나간다"는 시구를 통해서 그림자가 아니라 인간 객체로써의 발자취를 남겨야 한다는 말이 내가 왜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의미 없이 잊혀지는 것만큼 슬픈 일도 없을 것이다. 

 국토순례와 같은 그의 발걸음과 글이 분명 시대상을 반영할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유의미하고 또 민족이란 테두리가 지향해야 할 화합과 통일이란 명제도 잊지 않는다. 요즘과 같이 소란스러운 삶의 터전을 보면 돌아볼 말이 많다. 하늘과 인간을 이어주는 나무의 소중함을 찾아가는 삶의 태도가 필요하고 그것을 내 삶 속에서 작은 것이라도 돌아볼 때가 지금이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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