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난 10년간 여섯 번의 이사를 하고,
열 몇 개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두어 명의 남자를 만났어요.
다만 그랬을 뿐인데, 정말 그게 다인데,
이렇게 청춘이 가버린 것 같아 당황하고 있어요.
그동안 나는 뭐가 변했을까.
그저 좀 씀씀이가 커지고,
사람을 믿지 못하고,
물건 보는 눈만 높아진,
시시한 어른이 돼버린 건 아닌가
불안하기도 하고요.
이십대에는 내가 뭘 하든
그게 다 과정인 것 같았는데,
이제는 모든 게 결과일 따름인 듯해 초조하네요.
언니는 나보다 다섯 살이나 많으니까
제가 겪은 모든 일을 거쳐갔겠죠?
어떤 건 극복도 했을까요?
때로는 추억이 되는 것도 있을까요?
세상에 아무것도 아닌 것은 없는데.
다른 친구들은 무언가 됐거나
되고 있는 중인 것 같은데.
저 혼자만 이도 저도 아닌 채,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불안해요.
아니, 어쩌면 이미 아무것도 아닌 것보다
더 나쁜 것이 되어 있는지도 모르고요.
김애란, <서른>